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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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雨傘)속의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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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상 [ch8124] 쪽지 캡슐

2004-04-01 ㅣ No.10131

우산(雨傘)속의 유감(有感)

 

오늘 퇴근시간의 일입니다. 이것도 하느님의 사랑이 아닌가 싶어 저희 따뜻한 이야기 가족 식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성동구 도선동 전풍호텔 방향에서 2호선 전철을 타려고 상왕십리역을 향에 걷고 있었습니다.

거리에는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고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의 발길은 퇴근 시간을 알리기라도 하듯 우산을 쓴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세가 꾀 많아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우산도 없이, 기진 맥진한 모습으로 비를 맞고 걸어가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사람 이 할머니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 자기들의 목적지를 위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빗 방울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비에 젖은 노구를 이끌고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손에는 핸드백이 하나 들려 있었고, 옷은 훔뻑 젖은 채 머리에서는 빗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산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할머니께 우산을 씌어 드리고는 "할머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이 어딜 가세요?"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를 흘깃 처다 보시더니 "교통--장이 어디요?" 하시는 겁니다. "네? 어디 찾으세요? 할머니" 할머니께서는 교통--- 뭐라고 하시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교통안전관리공단 찾으세요?" 하고 할머니께 되물었습니다. 사연을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는 성남에 사시는데 왕십리에 살고 있는 아들네 집을 찾아가시는 중이셨고 버스를 잘 못 내리신 것 같았습니다. 아마 그 근처만 가시면 찾을 것 같으신데 한 번 방향 감각을 잃고 나니 겁도 나시고 당황도 되셨던 같습니다. 할머님의 사정을 듣고서 나 몰라라 그냥 내 갈길을 그냥 갈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도 누구 한 사람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귀찮은 듯 종종 걸음을 쳤고, 모두 할머님의 묻는 말에는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저는 우선 비를 피할 수 있는 상왕십리 전철역 입구까지 할머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그리고 할머님께 혹시 아들네 전화번호를 아시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는 핸드백에서 전화번호가 적힌 때묻은 수첩을 꺼내 주셨습니다.

 

그 수첩에는 큼직큼직한 글씨로 전화번호가 10여 개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께 하나하나 수첩에 적힌 이름을 불러 드리는데 할머니께서 계속 "아니야, 아니야" 하시다가 반갑게 "그 집이여, 우리 손녀딸이여!" 하시는 겁니다. 할머니 보다 더 반가운 사람은 제 자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님의 아들인듯한 남자분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할머님께서 길을 잃으신 것 같다고 모셔 가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 남자분,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 곧 모시려 오겠다고 거기 기다리고 계시라고 신신 당부를 합니다. 저는 할머님께 아드님이 모시려 온다고 하니 다른데 가시지 말고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시라고 당부 말씀을 드리고 2호선 전철을 탔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살아져 가는 제 등 뒤에 대고 고맙다는 말씀을 계속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문득 28년 전에 돌아가신 제 어머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지금 살아계신다면 올해 89세 되시거든요.

 

전철을 타고 가방에서 야곱의 우물을 꺼냈습니다. 몇 장을 넘기다가 문득 그 할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재 다이얼을 눌렀습니다. 할머님의 손녀딸 인듯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고 할머님께서 집에 무사히 도착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아들인 듯한 목소리가 전화를 바꾸라고 합니다. 아마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것이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 인사를 받으려고 전화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할머님께서 아들네 집에 무사히 가셨으면 제 임무는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웃 사랑은 작은 관심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주님! 오늘도 제게 사랑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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