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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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모르쇠로 버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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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bagilhan] 쪽지 캡슐

2013-11-22 ㅣ No.1023

사설] 이래도 모르쇠로 버틸 건가?

민중의소리
입력 2013-11-22 06:54:30l수정 2013-11-22 07:25:10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선거 부정과 관련하여 “3.15 부정선거에 해당하는 정도의 양”이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작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상에서 121만개의 선거 개입 글을 작성하거나 퍼나른 사실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 공소장 변경을 했다. 애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할 때는 73개였지만 수사가 진척되면서 5만6천개, 121만개로 확대됐고, 아직 미국 트위터 본사에 요청한 402개 계정을 통한 부정선거 자료는 받아보지도 않은 상황이다. 121만개도 빙산의 일각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국정원 뿐 아니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국정원의 심리전 지침을 받아 댓글 작업을 했으며, 매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목표가 2천만 건이었는데 2천3백만 건을 수행하여 상을 받았다”는 충격적 증언도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현 정권이 부정선거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집요하게 수사방해를 해온 사실이 더 큰 충격이다. 국정원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고 발뺌했지만, 검찰은 심리전단 5팀에 소속된 22명이 자동으로 수 십 개의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댓글을 퍼나르는 ‘봇(bot)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조직적 행위였음을 밝혀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부정과 관련해서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개인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권력 핵심부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윤석열 수사팀장을 찍어내며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했고, 이번 트위터 121만 건의 추가 공소도 수사팀 검사들이 집단적 사의 표명으로 맞선 결과라고 한다.

소위 대북 심리전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홍보물과 글들은 야당 정치인을 ‘김정일의 하수인’으로, 한겨레신문은 ‘한괴뢰신문’으로 매도하는 쓰레기 수준의 것들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일베’ 수준의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 앞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하물며 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히는데 여야가 따로 없거늘 새누리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20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을 향해 "종북 말고 월북하라"는 막말을 해댔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121만 건 선거 부정에 대해 검찰과 민주당 사이의 커넥션 운운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 지경이면 일말의 양심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범죄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15 부정선거와 같은 총체적 관권부정선거가 밝혀져도 그저 은폐하고 둘러대기에 바쁜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 내년도 지방선거는 무엇 때문에 하고, 차기 총선과 대선은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게 됐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이 정권이 국민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다. 특검도 좋고 국회 특위도 좋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은 22일 저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사제단은 이후 전주·익산·정읍 등 지역순회 시국미사를 잇따라 열어 대통령 사퇴 요구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래도 정권이 여전히 모르쇠로 버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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