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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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볼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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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3-01 ㅣ No.4571

3월 2일 연중 제8주일-마르코 2장 18-22절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아직 살아볼만한 세상>

 

언젠가 삶을 크게 한번 전환시켜보자며 큰 마음먹고 대피정을 감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들어오는 압박을 애써 모른 채 하며 왕창 연가를 냈고, 물론 욕을 바가지로 얻어들었지요.

 

꽤 길었던 대피정을 마무리짓던 마지막날 아침, 창문을 열던 순간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열린 창으로 바라다본 세상은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새세상이었습니다. 피정 집 마당에 서있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풀잎 하나 하나가 다 새로웠습니다. 마침 나뭇가지를 딛고 힘차게 비상하는 산새 한 마리의 자유로움이 마치 제것인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경이롭고 아름다운 세상, 살아볼 만한 세상이었는데, 어찌 그리도 불평불만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면서 심술을 부리며 살아왔을까요?"하는 반성의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직장으로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도 꼬락서니가 보기 싫었던 몇몇 사람들이 얼굴이 그렇게 측은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가나?"하고 짜증냈었는데, 하루하루 금쪽같이 소중한 시간들이 그리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참으로 경이롭고도 은혜로운 체험이었습니다. 상당 기간 지속되었던 당시의 "상황전이" 현상의 원인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깨끗이 "비움"이었고, 말끔히 "털어놓음"이었고, 완전히 "내려놓음"이었습니다.

 

피정을 마무리하기 전날 저는 한 원로 신부님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평생 저를 괴롭힐 것만 같은 말못한 사연들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신부님의 그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들...저는 해방의 기쁨이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어떤 것인지를 손에 잡힐 듯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많은 신자분들이 지지부진한 신앙생활에 대해서 답답해하십니다. 세례 받으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거다"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강렬한 하느님 체험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하느님에 대해서는 전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성서를 펼쳐도 뭔 말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았어야 했었는데, 낡은 가죽부대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지속적인 축성생활, 기쁨과 감사의 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자리잡고 계셔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새 포도주이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새 포도주란 예수 그리스도를 담기에 합당한 새 가죽부대여야 하는 것입니다.

 

새 가죽부대란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가능합니다. 정기적인 고백성사를 통한 지속적인 성화, 그것이 바로 새 가죽부대로 존재하기 위한 유일한 비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워낙 크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크게 비워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진지한 자기성찰을 통해 크게 우리 자신을 비울 때, 그래서 일상적인 자기 성화의 삶을 살아갈 때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께서는 항상 우리 가운데 머물러 계실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고통과 병고의 세월 속에서도 감사와 기쁨, 평화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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