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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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1-01 ㅣ No.2002

 

  강원도 인제에서 군복무하던 시절 어느 일요일 이었습니다. 중대장 S소령님이 내무반에 들러 웃으시면서, "고단하겠지만 낮잠자기 보다는 교회에 나가 성가를 부르고 복음 말씀을 듣는 것이 더 보람 될꺼야." 하시는 것 이었습니다. 병사들은 하나 둘씩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였습니다. 그 때 나는 순진하게도 "중대장님, 저는 하느님을 믿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을 하였었지요. 중대장님께서는 "그래? 그럼, 너는 오지 말아라. 그 대신 오는 토요일 점심식사 후 내 방으로 와!" 하시고는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상관의 뜻을 거역했으니 이제 혼쭐나겠다는 전우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한 주일동안 저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이 되어 제가 중대장실을 찾아 가서 거수경례를 하였을 때 중대장님은 "김병장 왠 일이야?"하고 물으셨지요. 제가 지난 일요일 사건을 얘기 했을때, 그 분은 의자를 건네 주시고 "그래 너는 하느님을 안 믿는다고 하였지?  하느님이 안 계셔서 안 믿는 것이냐?  아니면 하느님을 몰라서 안 믿는 것이냐?"하시고는, 그리스도 신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존재하는가?" "동정녀가 어떻게 잉태할 수 있는가?"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인가?" "예수님이 신이라면 왜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세상의 악을 왜 묵인하시는가?" "왜 교회는 수 없이 분열되고 있는가?"....철부지 아이처럼 나의 질문은 계속되었고, 그 때 마다 중대장님께서는 천지창조의 이야기, 자연의 신비, 하느님의 전능하심, 그리스도 강생과 부활의 신비, 하느님의 인간사랑 등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주시었습니다.  중대장님과의 대화는 그 때부터 4주간이나 더 계속 되었읍니다.

 

  찌든 가난때문에 신학교를 중퇴하고 장교로 입대하셨다는 S중대장님과의 토요일 오후의 대화는 나로 하여금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가를 눈뜨게 해 주었고, 그리스도 신앙의 밑거름이 되었던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군종사병과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한답시고 당시 중학교 진학율이 10%를 밑도는 지역인 강원도 현리에서  비봉재건학교를 설립하고, 모교를 찾아가 교재와 학용품을 수집하여 청소년들에게 중학교 과정인 야학을 가르쳤던 일은 제 인생여정을 아름답게 수 놓은 추억이 되었읍니다.  지금도 신앙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면 그 시절 중대장님께서 들려주신 얘기를 곧 잘 인용하곤 합니다. 그 때 중대장실에서 나눈 진지한 대화는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전지 전능하심과 신앙의 신비,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삶, 죄와 벌, 그리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 등은 나의 확고한 믿음으로 이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제가 천주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계기는 서울 구의동성당에서 혼인성사시 한 외국신부님께서 들려주신 복음말씀 내용 때문 이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가운데 부부가 일생 고락을 같이하며 사랑안에 일치를 이룬다면 더 할 수 없는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영세교리를 받을 때에도 "천주교회는 하나이다"라는 구절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하느님도 한 분이시고 천주교회는 하느님과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이 한몸을 이룬(삼위일체) 가운데 교황성하로 부터 전세계 교회가 하나로 일치 된 교회공동체라는 것이지요.  교리가 끝날무렵 성서공부에 열중이던 처제에게 가장 훌륭하신 성인 한 분을 추천하여 달라고 하였더니 "세례자 요한" 보다 더 위대한 분은 없다고 하여 나의 본명은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지금에 와서 알고보니 나는 그 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만한 자격조차 없는 사람" 인데 말입니다.

 

  견진성사를 받던 날 나는 지혜와 지식의 은사가 내려지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잘 안다는 게 제일 소중한 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성령의 특은을 입으면 능력있는 지도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인간적인 욕망도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부부주말피정(M.E) 을 통해 주님의 사랑안에서 부부의 일치를 이루는 것은 사랑의 결심에 있다는 것을 배웠으며, 본당에서 미사해설을 하면서 전례를 조금씩 익혔고, 레지오 단원이 되어 활동하는 가운데 참사랑의 의미와 봉사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등등.... 하나씩 둘씩 몸소 체험해 보았습니다.

 

  삼년 남짓 해외근무를 하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산호세 교회에서의 생활은 참 신앙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소중한 기간 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이웃이었던 K가족의 만남, 사제와 수녀님들과의 잦은 대화, 빈첸시오회 회원들의 가난한 이웃 돌보는 모습, 따뜻한 이웃이 되어 주셨던 구역식구들, 이 모든 만남은 주님의 사랑을 진실로 맛보게 해 주는 은총의 시간들 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가진 사순절기간의 피정, 성령쇄신 세미나와, 봉사자 피정, 교리교사 교육수강, 꾸르실료 피정등 영적성장의 기회 때 마다 신앙의 거울에 비쳐진 나의 모습은 주님꼐서 "나는 너를 도무지 모른다"고 하실 것 같은 부끄러운 얼굴 이었습니다.

 

  이제사 순종하는 아이되어 주님께 귀 기울이고 사랑으로 일치를 이루고 싶습니다. 미사중에 강복과 치유를, 기도중에 주님의 응답을, 성서를 통한 말씀의 생기를,  성체조배시에 주님과의 만남을, 성체안에 주님의 현존과 성령을 통한 은사를 확신하면서 세상에 밝은 빛과 짠 소금이 될 것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해 봅니다. "주님, 저를 아시나요?"

JT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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