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北은 심리전 강화, 南은 安保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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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22 ㅣ No.1016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당한 지 3년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휴전 후 처음으로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 공격을 가한 것으로,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 도발은 우리 국민이 햇볕정책과 화해 협력의 환상에서 깨어나 우리의 안보(安保)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여론조사에서 안보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81.5%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안보 위기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2년 뒤인 2012년 11월 조사에서 안보 불안감을 느낀다는 국민은 37%로 줄어든 것이다. 올 들어 북한의 3차 핵실험, 정전협정 파기 선언, 핵 전시상태 선포 등이 이어짐에 따라 안보가 불안하다는 인식이 다시 70.6%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이 체감하는 안보 위기감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공포를 느꼈다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더욱이 북한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너그럽기 짝이 없다. 지난 7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84.6%, 북한의 핵 보유에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이 78.4%에 달했다. 그러나 북한을 적대 대상이나 경계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37.8%에 불과하고, 협력 및 지원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56.8%로 훨씬 더 많았다.

우리 국민의 이런 태도는 다음 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우리의 안보 능력을 신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북한과 대화·협력을 통해 안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 때문일 가능성이다. 셋째, 안보 위기가 일상화하다 보니 안보 불감증이 만성화한 탓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안보 불감증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금 전쟁이 일어나면 서로 피해가 큰데 북한이 설마 전쟁을 일으키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김정은이 3년 내 무력통일을 호언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는 사람이 없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테러 가능성을 지적해도 군사 관계자들 외에는 별로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종북(從北)세력이 국회에 진출해도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는 종북 오염을 우려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정은이 대남(對南) 심리전 담당 ‘적공부문’ 요원들을 평양에 불러 사이버 심리전 강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해도 곧바로 ‘국정원 댓글사건’에 묻혀 버렸다.

북한은 핵을 생존과 발전과 적화통일 실현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기술 고도화를 위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또 박근혜정부로부터 얻어낼 게 없다고 생각되면 본격적으로 도발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능성이 큰 것은 테러다. 천안함 폭침과 같이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으면서 은밀하게 산업 시설이나 군사 시설을 공격하거나 우리 요인을 납치할 가능성이다.

북한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또 정상적인 지도자를 가진 사회도 아니다. 따라서 합리성에 기초해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북한의 뛰어난 전략가들은 항상 우리의 의표(意表)를 찌르는 방법으로 도발을 자행해 왔다. 서해 5도 공격을 예상할 때 천안함 폭침을 자행했고, 휴전선 확성기 포격에 대비하고 있을 때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다.

 

앞으로 북한은 베트남전쟁 영웅 보 구엔 지압이 사용한 방법처럼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시기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 안보 불감증에서 벗어나 북한의 새로운 위협들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염돈재/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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