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시몬]성지순례기-골배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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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03 ㅣ No.243

서울에서 한시간.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용인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시간하고 10분정도지나서 였습니다.

인터넷으로 동서울터미널에서 용인가는 시간을 알아보았을때는 10분 간격이라고

나와있었는데 실제로는 20분에서 30분 사이로 배차를 하더군요.

서울에서 용인까지의 요금은 2000원. 잠실에서 한번 서고는 바로 용인까지 직행했습니다. 차에 올라타고 조금있다 잠이 들었습니다. 옆에 어떤 아줌마가 앉으셨는데

계속 노래를 부르셔서 조금 신경이 쓰였지요.

 

고속도로에서 눈을 한번뜬 것 빼고는 정신없이 잠만 잤습니다.

 

용인터미널은 서울에 비해 아주 작았습니다. 용인이라는 도시가 작은 것은 아닌데

그것에 비해 터미널의 시설은 정말 영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장소는 골배마실을 가기위해서 양지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용인과 양지는 10분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15분마다 버스가 있어서 별로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습니다. 요금도 시내버스 수준인 700원이었구요.

 

버스를 타고 혹시나 주변에 여러가지 환경을 놓칠까봐 두눈을 부릅뜨고 있었습니다.

길을 잃었을때 찾아돌아올 수 있는 지형지물을 익히기 위해서이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버스는 양지에 도착했습니다.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는지 줄을 죽 서있었고 저는 군인한사람에게 양지성당을 물었습니다.

역시 모르더군요.

그래서 하는수 없이 표지판을 따라서 걸었습니다. 큰 도로로 나가 도로표지판을

보니 제가 양지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의 건너편에 서잇더라구요.

생각밖으로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성당을 알리는 표지판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성당’

그리고 그 밑엔 ’은이성지 3km, 골배마실 3km’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성지순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지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일반 국도처럼 1차선도로였는데 행인을 위한

여백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을이라서 그런지 코스모스가 분홍색과 하얀색 옷을 입고 나풀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자연을 걸으면서 지나치는 것도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가끔씩 덤프트럭이

지나가서 움찔한 것 빼고는 걷기에는 좋은 길이었습니다.

 

멀리 양지성당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시골성당이라 조금은 작고

아담하리라고 생각한 저는 양지성당에 들어선 순간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성당이 시골성당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컸습니다. 새남터 성당에 가보신 분들은

그 성당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왼편으로 성모상과 넓은(아주 많이)잔디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사제관이 잇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성지에 관해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월요일이라 아무도

없는채로 문이 잠겨져 잇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골배마실로 발걸음을 돌렸

습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양지성당에서 골배마실은 3km정도로 표시되어 있고

성당에도 2km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10분정도를 걸어들어가니 양지파인리조트를 알리는 표시가 세워져

있었고 그옆에 조금은 초라하게 ’골배마실 성지’라는 돌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오기전부터 이곳은 골프장안에 성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보게되니 가슴이 찡했습니다.

 

리조트 입구에서 부터 성지까지  또 2km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관리하시는 아저씨에게 많이 가야 하냐고 물으니 아저씨께서 한참을 가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속으로는 멀어야 얼마나 멀까하는 생각으로 걷기를 시작햇습니다.

 

리조트라는 환경때문인지 양쪽에 소나무가 서 잇고 건너편산에는 푸르름이 가득

합니다. 문득 걷는 중에 웃음소리가 들려 옆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사람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매스컴에서 빼고 처음보았습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낄낄거러면서 캐디는 수레를 끌고 아줌마들 대여섯은

수다를 떨며 서있었습니다. 그런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계속 걷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퍽.

획 돌아보니 내 옆에 나무에서 가지가 뚝 떨어졌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 아줌마들이 친 공이 제쪽으로 날아왔나 봅니다. 안 맞았으니 다행이지

그 공 그대로 맞았으면 그 자리에서 푹 쓰러졌을 겁니다.

 

한번 찍 째려봐주고 다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도로는

끝이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길을 잘 못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성지인데 이렇게 표지판이 없다니.

중간에 표지판을 지나서 한참을 걸었습니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는 길은

끊기고 모노레일인가 뭔가하는 공사장이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마음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공사장도 끝나서 뭔가 잘 못 되었나하는 하는 마음을 가진 순간

앞에 골배마실성지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 산속으로 100미터만 더가면

골배마실이라는 표지판이었습니다.  잠시 쉴까하는 마음은 접어두고

조금더 올라가니 멀리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동상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골배마실에 도착한 것입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골배마실은 김대건 신부님의 집안이 피신을 오신

자리입니다. 이곳의 관리는 양지성당에서 하고 있었는데 제가 월요일이 휴일이라

그냥 지나쳐온 전 크게 후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골배마실의 문이 잠겨져 있었거든요. 그 옆에 안내판에 쓰여져 있는 글은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뛰어노는 경우가 많으니 성지순례를 오신분은 성당으로

오셔서 열쇠를 받아가라고 써있었습니다.

 

정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왔는데 들어갈 수도 없다니. 성당은 휴일이라 사람이 없었는데.

그보다 더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엔 이곳이 잘 단장된 놀이터라고 받

아들인 다는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가지고 계신 역사의 무게로 보아도

어떻게 그럴 수 가 있는지 .

 

열리지도 않는 문을 잡고 김대건 신부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비록 들어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동상만을 바라보지만 제맘은 이미 저곳에 잇습니

다. 신부님께서 남기신 흔적이 이곳뿐만이 아니니 제가 생각없이 이렇게 왔다고

하여도 용서해주세요. 다음에는 꼭 열쇠를 받아서 올께요..’

 

사진을 찍고 다시 걸음을 돌렸습니다.

이제 신부님께서 사목활동을 하시던 은이공소로 갈차례입니다.

참고로 가져온 책에는 현재 공소의 자리만 남아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이 멀기때문에 차를 잡아탈려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몇대는 이상한 넘 보듯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이제는 손을 아주 크게 흔들었습니다. 안태워주면 죽어 갈것처럼요.

어떤 분이 차를 세워주셨습니다. 리조트 입구까지 태워주신 그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시 성당을 걸어가서 은이공소를 찾아가려했지만 이미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약간은 허무했습니다. 생각밖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때문이지요...

미리내성지까지 가려고 계획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용인에서 묶기로 하고

용인 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나왔습니다.

 

내일은 미리내 성지로 향할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지 발도 아프고...허리도 아프고...

 

성지순례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첫날 이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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