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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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常識과 더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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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22 ㅣ No.1015

국회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치유하며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치의 중심’이긴커녕 국론 분열을 부추기며 국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국정의 종기(腫氣)’ 같은 존재로 변질되고 있다. 야당의 억지에 휘둘려 집권 여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내란(內亂)을 음모·선동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 처리조차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해괴한 이유로 장기간 미적거려온 것이 비근한 예다.

하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인 현재 국회에서 더 큰 종기는 갈수록 상식(常識)과 더 멀어지고 있는 제1 야당이다.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민주당이 부린 최근 행패만 해도 이를 적나라하게 입증한다. 지난 18일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施政)연설을 마치고 악수를 청하며 내민 손을 자리에 앉은 채 잡으며 못마땅해하는 심사까지 역력하게 드러낸 어느 의원의 무례(無禮)뿐만이 아니다. 그 직후 의사당 앞에서 또 다른 의원이 대통령 경호 버스를 발로 걷어차며 경호 경찰을 폭행해 병원에 실려가도록 한 행패뿐만도 아니다.

그 다음날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공화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배우고 싶다”면서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했으나, 민주당은 난장(亂場)을 연출하다 집단적으로 퇴장해 의석의 절반 가까이가 빈 상태였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정부가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違憲)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통진당의 의원들이 삭발한 채 버젓이 ‘민주’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본회장에서 침묵 시위를 벌인 반(反)상식의 아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1년이 가까운 이 시점까지도 민주당이 그 결과에 대한 사실상 ‘불복(不服)’을 핵심적인 활동으로 삼고 있다는 것도 상식에 반하긴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원세훈 당시 원장을 비롯한 책임자 등이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特檢)법안’ 제정을 고집하고 있다. 연루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면서도 그 재판을 더 진행할 이유가 없게 하는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략 외에 달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인 것이다.

 

그러고도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대통령 선거 다시 하라’는 구호·피켓이 등장하는 시위를 지난 주말에도 벌인 세력 등과 손잡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범야권 연석회의’를 출범시킨 배경이 달리 있기 어렵다.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제도의 본질과 취지를 변질시킨 것도 민주당의 반상식을 보여주는 예 중의 하나다. 후보자 개개인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시키는 조건으로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처리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겠다고 ‘흥정’한 것은 상식에 대한 조롱이다.

 

민주당의 상식 조롱은 ‘사초(史草) 실종’을 둘러싼 논란에서 더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간의 회담록 원본은,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개인 집으로 가져갔다 후임 정부의 거듭된 요청으로 반환한 컴퓨터에 지워진 흔적이 남아 있어 검찰이 첨단 기술을 동원해 복원해냈다. 수정본 또한 이관됐어야 마땅할 국가기록원에는 넘기지 않은 채 봉하 컴퓨터와 국정원에만 남아 있었다. 검찰은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지시는 없었다” “수정본만이 사초” “사초의 존재가 확인됐다” 운운하면서 책임 회피용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꼬박꼬박 ‘위원장님’으로 존대하며 자신은 ‘저’라고 낮춰 부른 것을 ‘위원장’과 ‘나’로 바꿔 다시 기록하게 하고, 김정일의 반말을 존댓말로 왜곡해 녹취록을 재작성하게 한 저의가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별다른 의도가 없고 당연한 일이라는 주장이야말로 몰(沒)상식의 반영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민주당은 그런 식으로 상식과 더 멀어지면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과도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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