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내아들 영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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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동 [kdchou] 쪽지 캡슐

2003-06-13 ㅣ No.8751

 

 

내아들 조 영선프란치스코는 고 2 다.

 

10시에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원에 갔다가 밤 1시 반에 온다.

 

두드러기가 심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아이 몸이 벌건걸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이놈은 나하고 생일이 같다.

 

영선이를 임신했을 때 우린 너무 가난했다.

 

나는 " 차라리 내 생일날 태어났으면 좋겠어. 그래야 기념일이 줄지" 했더니

 

이 효자 녀석은 내 생일날(음력 12월 1일) 태어났다.

 

5 살때부터 주 기도문을 외었다. 미사때 옆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도록 또박또박.

 

공부도 잘 했다. 초등학교때 경기도 도 학력고사에서 1등을 했다.

 

엄마가 미술학원을 시작해서 5살때 부터 열쇠를 가슴에 찼다.

 

이놈은 어려서부터 설겆이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빨래도 곧잘 널었다.

 

지금도 밤 1시반에 학원에서 와서 세탁기를 돌리고 잔다.

 

우렁각시다.

 

지난 어버이날 그 놈의 편지

 

" 이제 이 세상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 한 분 뿐이십니다.

 

  제발 아프지 마세요. 아버지."

 

어제 우리는 울었다. 요새 둘다 아프다.

 

" 아빠 아프지마"

 

"그래 임마 너도 아프지 마"

 

지난해 영선이 엄마는 암으로 세상을 떴다.

 

영선이는 그 때부터 두드러기가 (아토핀가) 심해졌다.

 

슬픔을 그렇게 표현하는 가 보다.

 

 

 

나도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아팠다.

 

편두통, 뇌출혈(14시간의 수술), 그 밖의 온갖 병이 나와 함께 했다.

 

그 가운데 놀지않고 직장 생활을 하고, 성당활동을 하고, 사업을 일으키고 ,

 

가족끼리 잘 살았다.

 

" 이세상에서 우리 집보다 더 행복한 집은 없을거야" 아이들이 그랬으니까

 

 

이제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아빠의 자리는 왜 이렇게 보잘 것 없는 것인가.

 

하느님은 꼭 영선이 엄마를 데려가셔야만 하셨을까

 

그러지 않으셨어도 주님의 뜻에 순명하며 살았을 텐데

 

야속하다.

 

밉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시는가

 

우리집은 가장 부러워 하는 집에서

 

모두가 측은히 여기는 불쌍한 가족이 되었다.

 

영선이는 이제 신부님이 되고 싶지 않단다.

 

 

우리가 바랐던 것은

 

돈도 아니요

 

권력도 아니요

 

명예도 아니요

 

온 가족이 건강하게 주님뜻대로 사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두가지 소원이라

 

들어주지 않으신 것일까

 

주님께서는 주님뜻대로 살겠다는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분이신가

 

굳이 글라라를 데려가야만 하셨을까

 

주님이 정말 야속하고 밉다.

 

매일미사하고

 

묵주기도 15단하고

 

레지오단장도 떠맡고 있지만.

 

하루하루 1주 1주

 

혼란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레지오를 그만 두어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

 

이사를 가야하나 가지 말아야하나

 

 

 

나는 병중에도 주님 은총으로

 

레지오니 교육분과장이니 교리교사니

 

일주일에 대여섯날을 성당에서 살았고

 

아내도 병든 몸으로

 

제대봉사 성소위원으로 열심히 살았다.

 

 

어려울 때나 형편이 나을 때나

 

십일조도 꼬박꼬박 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교무금이 밀리자

 

 

영선이 교육 보험을 해약했었다.

 

임신과 함께 주님께 바친 우리아들

 

사제가 될 우리 아들

 

주님께서

 

가르쳐주시리라.

 

 

이제

 

 

사는게 참 재미없다.

 

딸아이는 대학생이라 늦고

 

영선이는 학원에서 1시반에 오고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큰 아파트가 너무도 싫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상을 차리기도 싫고

 

먹기도 싫다.

 

 

오직 사는 목적은

 

우리 영선이

 

어려서부터

 

 

너무 귀엽고

 

 

너무 잘생겨서

 

누구나 한번 보면

 

행복해하던

 

우리 영선이

 

우리 글라라가

 

그토록 사랑했던 영선이

 

아프지 않고

 

제발 평범하게

 

 

행복해지기를

 

빌고 또 빌 뿐이다.

 

주님 비오니

 

우리 영선이

 

아프지 않게만

 

해 주세요.

 

그만하면

 

됐지 않습니까

 

그만하면

 

됐지 않습니까

 

도대체

 

우리에게서 무엇을

 

더 원하십니까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도록

 

우릴 사로잡아버리신

 

얄미운

 

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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