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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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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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남 [oyoo] 쪽지 캡슐

2001-01-25 ㅣ No.2504

안녕? 세실리아.

또 설날이 왔기에 인사를 합니다

당신이 먼저 간 후

매년 설날은 낮설게 옵니다

낮설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떡국을 끓여야지요

당신이 해주던  그맛이야 나겠습니까마는

당신이 남긴 떡국 메모장이 눈에 띄기에

쓸쓸함을 잊기위하여

설맞이 음식을 준비합니다

 

파와 마늘, 가래떡을 준비했지요

물을 불에 얹어놓고 떡을 썹니다

어슷어슷 썹니다

그것도 제대로 못써냐?고

깔깔대던 당신의 웃음소리가 서늘하게 들립니다

 

참, 떡을 먼저 불리라고 했던가요?

세실리아...차가운 물에 떡을 담갔습니다

차가움이 손끝에 닿자 눈물이 납니다

 

어느 새

훌쩍 큰 당신의 아이가

끓는 물에 다시마를 한조각 슬쩍 넣고 나갑니다

 

떡을 함께 끓이라고 했던가요?

떡,파.마늘다진것.멸치를 한꺼번에 쏟아붓고 끓입니다

문득, 파는 먼저넣으면 퍼진다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 다시 꺼냅니다

멸치도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꺼냅니다

 

따듯한 김이 모락모락 나게 떡국을 떠놓고는

간은 소금으로 합니까...간장으로 합니까...?

고민하다가 <식성에 맞춰라>하고

각기 다른 종지에 올려놓았습니다

 

맛있다.

맛있다.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공연한 줄 알지만

철이 난 그 말이 참으로 고맙군요.   

절약하라는 말에 고기도 넣지 않았는데...

 

세실리아...

문득, 당신은 왜 비빔밥만 좋아하는거야?했던

지난 날을 후회합니다

아이들이 남긴

그리고 미처 먹지 못한 떡국이 한그릇이나 됩니다

설겆이를 하려다가

식은 떡국을 다시 끓입니다

꺼낸 멸치..남은 김치...모두 넣고 다시 끓입니다

그래요, 당신 남편도 비빔밥을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맛있게 떡국을 먹습니다

 

영원히 함께하지 못할

당신의 설날떡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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