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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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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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9-15 ㅣ No.5487

9월 15일 월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요한 19장 25-27절

 

"예수의 십자가 밑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레오파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서 있었다."

 

 

<고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즘은 어찌 그리 가슴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는지요? "하느님도 무심하시지"라는 말이 은연중에 자주 튀어나와 당황하곤 합니다.

 

9시 뉴스를 틀 때마다 "오늘은 제발!"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이 왜 이다지도 팍팍한지요. 은근히 서글퍼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거둘 것 없는 들녘을 또 다시 태풍이 쓸고 가니 남는 것은 시름이요 한숨뿐인 사람들의 허탈한 표정이 너무도 안쓰러워 화가 날 지경입니다.

 

어제오늘은 계속해서 갇혀있는 형제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다들 얼마나 마음씨 착한 사람들인지 모릅니다.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갖은 발버둥을 다 치다가 결국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그곳까지 오게된 형제들의 서글픈 눈망울은 또 우리의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명절연휴에도 "가족" "단란함" "오붓함" "따뜻함"같은 단어들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 처량한 모습으로 송편을 드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실한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야말로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기에 그분들의 고통이 결코 무의미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장을 위해 고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고통을 체험한 사람만이 인생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됩니다.

 

기고만장한 사람들, 자기만 아는 사람들, 쥐뿔도 없으면서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결핍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통의 체험입니다.

 

보다 큰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세상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살맛 나게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고통의 체험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으셨던 성모님을 기억합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성모님이 받으셨던 고통이나 슬픔, 안타까움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때로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아무리 메시아라도 어떻게 어머니에게 그럴 수가 있나. 메시아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모님은 예수님으로 인해 갖은 고통과 수모를 당하셨습니다.

 

그런 마음 아픈 순간마다 성모님의 자세는 언제나 한결같으셨습니다.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인다거나 따지지 않으셨습니다. 일단 침묵하셨습니다. 마음 속에 간직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도 속에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곰곰이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성모님은 예수로부터 야기된 모든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 깊은 상처들, 고통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셨습니다. 가슴을 비수처럼 찌르는 예수님의 말씀을 인간적으로 해석하려하지 않고, 하느님의 시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하루하루 고통의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이번 수재로 많은 이웃들이 속울음을 울고 있습니다.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망연자실한 가운데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크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지니게 되는 생각 중에 하나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럴 수가"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오해받는 하느님의 역할을 대신 할 때입니다. 비록 아주 작은 몸짓, 아주 미미한 선행이라 할지라도 모이고 모이면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도 곤란하고 힘들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형제들, 삶을 포기하고만 싶은 이웃들에게 "이래서 세상은 아직도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하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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