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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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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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7-20 ㅣ No.4153

             오빠, 이제 일어나!

 

정신 지체장애인인 우리 오빠, 난 한 번도 그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부끄럽고 창피했으니까.

걸음도 이상하고 입가엔 침이 흐르고 다를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오빠. 그 오빠가 지금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어렸을 땐 차라리 오빠가 없어져 버렸으면 하고 바랐다.

항상 집 안에만 갇혀 지냈는데, 어쩌다 나가기라도 하면 병신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오빠에겐 난 차갑게 말하곤 했다.

"그러면 너 병신 아냐?"  

 

그렇게 미워하던 오빠를 나는 지금 살려 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후회하고 있다. 오빠의 고통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오빠가 장애 때문에 공부를 중단해야 했을 때였다.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오빠가 몰래 우는 모습을 보며 오빠도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다.  

늘 오빠 때문에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오빠는 나를 많이 생각했다. 먹을 것이 있으면 나를 먼저 챙기고, 혹시라도 돈이 생기면 엄마 몰래 내게 주었다.

 

소변이 보고 싶을 때도 오빠는 내내 참았다가 엄마가 오면 일을 보곤 했다. 오빠가 날 싫어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것 역시 나를 위한 배려였다.

엄마는 의식 없는 오빠의 귀에 대고 늘 중얼거리신다.

 

"그 동안 많이 힘들게해서 미안하다. 이제 모든 걸 잊고 하늘나라로 가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렴."

 

고통받는 모습이 애처로운 나머지 엄마는 진심과는 반대로 얘기하신다. 텔레비전에 군인이 나오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눈물 훔치던 스물네 살 청년, 내 오빠의 손을 난생처음 잡아 보았다.

 

주사바늘  자국에 퉁퉁 부은 손. 이제껏 나는 왜 이 손을 한번도 잡아 주지 못했을까?

나는 오빠의 귀에 속삭인다.  

 

"오빠! 무슨 잠을 이렇게 오래 자, 이제 일어나."

 

                                        정복희님 / 경북경산시 진량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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