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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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한테 속은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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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 [joyro] 쪽지 캡슐

2003-09-21 ㅣ No.5535

아이들과 오랫만에 PC방에 갔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나와 PC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같다.

(다른 이유보다 이용료를 전부 내가 내주기 때문이겠지)

그곳에 가면 오래된 게임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Stacraft 게임을

개인전으로 또는 2:2 혹은 3:3의 단체전으로 나누어서 한다.

 

PC방을 나오면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그동안의 게임에 대한 논평(?)을 하는 것이 순서다.

나와의 게임을 이길 때면 더욱 목소리가 커진다.

그다지 잘하는 실력이 아닌 나는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를 이기고 신나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온다.

 

한 녀석은 개인전에서 나를 이기더니

"한판 더"라는 나의 말에

"아뇨~"를 크게 외친다.

혹시 질지 모르니까 나를 이긴 기분을 간직하고 싶어서 란다.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난 "그래 이겨서 기분이 좋은가보네? 그 마음 오래간직해라."

"기분 좋은 김에 한판 더 하자~"라고 말했다.

 

나의  감언 이설에 속은 녀석은 한 게임을 더 하게되었고

결과는 녀석의 패배였다.

돌아오는 내내

"에이, 한 게임 더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지고 나니 기분이 영~ 아니예요.

신부님한테 속은 것같아요."

 

이토록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컴퓨터 게임 안에서라도 자신의 뛰어남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가보다.

그것을 통해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고

칭찬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가보다.

녀석들에게 큰 사람으로 보이는 나를 이긴 것이

무척이나 큰 기쁨인가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놓는 사람은 없다"

 

오늘의 이 말씀을 대하면서 성서 전체의 말씀과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의 재능이라고 하는 등불을

나의 선입견, 고정관념이라는 됫박으로

덮는 일이 없기를 기도해본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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