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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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연수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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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love153] 쪽지 캡슐

2000-05-24 ㅣ No.1201

***사랑은 고통과 절망속에서 오히려 아름답게 피는 꽃이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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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의 결혼식...>

 

 

"엄마..나 엄마랑 나중에 결혼해도 돼..?"

 

"후훗..연수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응..나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거든.."

 

"그럼..이 엄마도 연수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당연한 소릴..훗.."..

 

"엄마 엄마 그럼 약속해..나랑 결혼한다고."

 

"..음..그래.. 이 엄마는 연수와 결혼할거예요.. 약속해요.."

 

 

...........................................................

 

 

내가 연수란 아이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보육원 교사로 고작 몇 달뿐인 짧은 자원봉사를 했지만

 

그래도 그 아이 연수는 쉽게 잊을수 없을것만 같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어쩌면 평생 잊을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방학을 맞이하여

이곳 보육원에 처음 왔었을때 연수는 8살이었다.

 

그러나 연수는 8살짜리 아이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흉칙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자원봉사를 간 그 첫날 원장님과 대면하다가 들은 이야기지만 연수가 6살 되던해에

 

집에 불이나서 어머니를 잃었다는 소리를 들을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화상의 충격과 어머니의 죽음을 통한 아픔으로 인해

 

몸에 반신마비가 왔고 벙어리마저 되었다고 원장님은 나에게 말을 해주셨다.

 

그리고 태어나던 해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리까지도

 

나는 제법 자세하게 들을수가 있었다.

 

 

난 원장님과의 이야기를 끝마친후 복도를 걸어나오다가 한쪽에서 왼쪽발을 힘겹게

 

움직이며 걸어오고 있는 연수를 볼수가 있었다..

 

 

"네가 연수니..?"

 

"...에에...."

 

"..어 그렇구나..나는 오늘 새로 온 선생님이야. 앞으로 잘 지내자..."

 

 

나는 연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연수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어설펐지만 분명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안.. 해..행보..옥..해..요..."

 

 

그리고서 연수는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난 잠시 그 자리에 서서는 내 뒤로 힘겹게 걸어 지나가는 연수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때 어느새였는지 원장님께서는 내 곁으로 오셨고

 

나에게 이런말을 하셨다.

 

 

"연수가 할수 있는 유일한 말이죠..난 행복해요..라는 말..

 

상대방이 자기에게 말을 걸때 하는 유일한 말이예요.."

 

"유일한 말이라뇨..?.."

 

"네에..연수는 벙어리인데 이상하게도 그 말만은 하더군요.."

 

 

원장님의 말에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자원봉사로 들어온 이 보육원은 거의 대부분이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었다.

 

나이는 아주 어린애에서부터 많게는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었지만 연수처럼 몸이 불편한 아이는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연수보다 몸이 더 불편한 아이는 그저 한명이 더 있을 뿐이었다.

 

 

그 아이는 연수의 단짝 친구였는데 연수와는 달리 태어날때부터 전신마비로

 

태어난 아이였다. 서로의 아픈 모습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는지

 

비록 연수는 말은 하지 못했어도 그 아이하고는 친하게 지내곤 했다.

 

그리고 그 아이또한 ..그 아이의 이름은 선철이다.

 

연수와 아무 거리낌없이 지냈다.

 

 

그렇게 몇주가 지난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같이 있다가 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선철이가

 

걱정이 되어 선철이가 생활하고 있는 방을 찾아갔다. 마침 그곳에는 연수가

 

있었는데 내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연수는 내게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이

 

그 힘든 몸을 움직여가며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을 등뒤로 숨기는 것이 눈에 띄였다.

 

나는 특별하게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한 얼굴을 지으며 태연하게 선철이와 연수를 대했다.

 

그리고 나서 연수에게 가까이 다가간후 그냥 웃는 모습으로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곁눈질로 연수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살펴보았다.

 

연수가 나몰래 숨기고 있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 날밤..나는 연수가 자고 있는 사이 연수의 품안에 놓여있는 그 한 장의 사진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특별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연수를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는

 

그 한 장의 사진이 가지고 있는 연수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손에 들고 쳐다본 연수의 사진은 연수가 어머니와 화재가 나기 이전인 좀더

 

어린시절에 엄마의 품에 안겨서 웃고 있는 둘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의 뒤에는 이러한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엄마는 연수와 결혼할거예요..약속해요.."

 

 

아직 엄마를 잃은지 얼마 안되는 어린 소년의 나이에 분명 자신의 어머니가 그리워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사진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득 연수의 자는

 

표정을 바라보니 얼굴에 화상을 입어 보통 사람들이 쳐다보기에 어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평상시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도 앳된 철부지 어린아이의 얼굴로밖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꿈속에서 자신의 엄마를 만나고 있기라도 한 듯이 웃고 있는 표정에는

 

순수한 아이의 맑은 모습까지도 배어 있었다. 나는 머리카락이 화상으로 인해 많이

 

빠져버린 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연수가 자는 몰래 연수의 사진을 보고 난후 나는 연수를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수에게 말도 자주 걸고

 

연수에게 좀 더 친밀감이 생길수 있는 행동을 하면서 연수의 마음에 어린 천사의

 

평안함이 생기기를 바랬다. 그 후로 연수는 내가 자신에게 말을 걸때마다

 

’난 행복해요’ 라는 언제나의 똑같은 말로 응답을 하곤 했다.

 

물론 할수 있는 말이라곤 그 말밖에 없었지만서도 말이다...

 

 

그렇게 내가 그 보육원에서 거의 두달 가까이 지내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그날은 보육원에서 체육대회가 있던 날이었다. 물론 연수와 선철이는 몸의 불편함

 

때문에 그 체육대회에는 낄수가 없어서 둘이 같이 생활하는 방안에서 조용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였는지 갑작스레 원인을 알수 없는 불길이 보육원

 

건물에서부터 번져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큰 사고는 막을수 있었지만 문제는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보육원 건물이 너무도 낡은 목조 건물이라서 한번 치솟은 불길이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 였으며 게다가 그 건물안의 한 방에서는 선철이와 연수가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불길이 거세세 밀려들었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원장님 이하

 

그 누구도 쉽게 연수와 선철이를 구하러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발만 동동 거리며 한참을 화마에 의해 무너지는 보육원 건물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 거센 불길 한 가운데로 그 힘든 몸을 이끌며 언제나 그렇듯이

 

터벅거리는 모습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연수를 볼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연수의 모습보다도 나의 눈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담요에 쌓인채

 

연수의 등에 업혀 있는 선철이의 모습이었다.

 

연수는 불꽃으로 인해 얼굴과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그렇게 선철이를 자신의 등에 업고서 나왔던 것이다.

 

마치 지옥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이글거리는 악마의 표정이라고 할수 있었겠지만

 

그러한 연수의 모습에 나는 할말을 잃고서 눈문만을 흘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옆에 있던 원장님이 물로 연수의 몸에 붙은 불을 꺼내는 소리에 정신이

 

들은 나는 다시한번 연수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머리카락은 숫제 남아 있지 않았으며 얼굴이며 온몸이 정말 말 그대로 처절했다.

 

지금 이순간 죽지 않은 것이 그저 나에게는 신기하게 보일뿐이었다.

 

그렇게 내가 눈물을 훔치는 가운데 문득 연수의 손에 굳게 쥐어진

 

작은 종이조각이 나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수는 기절을 한 상태였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연수의 까맣게 타들어간

 

손을 펴보며 그 안에 있는 종이조각을 끄집어 내었다.

 

그것은 연수와 연수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그 화마가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연수는 자신의 엄마를 잊지 않고서 데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귀한 생명력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마저 없는 선철이의 몫까지

 

연수가 책임을 맡은 것이었다..

 

 

 

잠시후 연수는 119 구급대에 의해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연수의 모습을 진찰한 의사들은 하나같이 연수의 생명력에 놀라움을 보였으나

 

결코 연수는 이제 살아날 수 없을 것이란 말만 되풀이 할뿐이었다.

 

그것은 주위에서 연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나 원장님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 것 같은 연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은채 조용히 연수의 손 한가운데에

 

아까 내가 빼내었었던 사진조각을 살며시 집어 넣었다.

 

그러자 그 순간 연수의 손에서 작은 미동이 흘러나왔고 그것을 본 주위의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다 연수의 눈에 맞추어졌다.

 

모두가 설마 했었으나 연수는 그렇게 깨어난 것이었다..

 

 

 

그 타버린 눈썹을 어렵게 뜨고서 연수는 이젠 돌릴수도 없는 목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힘들어하는 듯이 입을 한번 움츠리고는

 

힘을 내어 그 굳어 있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고요했다.

 

이 어린 천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과연 그럴까..’하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기대반과 그리고 하늘의 기적이 내리길 바라는 희망반으로

 

연수의 입을 쳐다보았다...

 

그 작은 천사는 이렇게 말을 했다...

 

 

 

 

"..나..안....해..행..보..오..옥...해....요...................정마..알..로.."

 

 

 

그리고 연수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사진을 한번 바라보고는

 

한번 씨익 웃음을 짓고서 저 넓은 하늘로 영원히 다시 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갔다.

 

그 마지막의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정말로 라는 말은 연수에게 과연 어떤 뜻이었을까..

 

내 눈에는 닦아도 닦아도 멈추지 않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연수의 그 마지막 모습에서 연수는 진정으로 행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기 때문이었을까..

 

 

 

며칠후 연수의 장례식이 있었다.

 

보육원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연수의 목숨을 건 보호로

 

생명을 건지 선철이가 다른 아이들을 대신해서 연수의 관에 꽃 한송이를 건네였다..

 

연수의 묘는 그대로 연수의 어머니가 묻인 바로 옆에 묻혔고 그렇게 연수는

 

이 세상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후 그렇게 떠나갔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했다..

 

 

 

’..연수 어머님..

 

댁의 아이가 이제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태어나던 해에 아버지를 잃었던 당신의 아이를 이토록 아름다운 성품을 갖도록

 

키웠던 당신은 분명 행복한 여인이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입에서는 비록 그 한마디밖에 나오지가 않았지만 그 한마디는 세상의

 

그 어떤 말들보다도 아름다운 말이었습니다.

 

연수는 저 하늘에서 영원히 당신과 인연을 맺고서 그 아름다움을 키울것입니다..

 

세상과의 하직을 통한 이 결혼식을 통해서 당신을 영원토록 만날테니까요...

 

이제는 당신의 품에서 영원히 연수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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