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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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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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8-14 ㅣ No.131697

님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한용운 스님은 복종이라는 시를 남겨주었습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몇 번을 읽어도 아름다운 시입니다. 생각하나 바꾸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생각하나 바꾸면 세상이 고통의 바다로 보입니다. 시차가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곤 합니다. 잠 못 이루는 것을 걱정하면 밤이 더 길게만 느껴집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감사드리면 밤이 축복과 은총의 시간이 됩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차는 걱정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시차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제1 독서에서 모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모세는 40년 동안 이집트에서 살았고, 40년 동안 미디안에서 살았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40년 동안 광야에서 살았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복종하였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자신의 역할을 여호수아에게 맡겼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욕심도, 원망도, 걱정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걱정 때문에, 원망 때문에 눈을 감아도 눈을 감지 못하게 됩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도, 이별의 슬픔을 안고 쓸쓸히 죽어간 사람도, 불의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도, 피어나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처럼 세상을 떠난 사람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일 것입니다. 지금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 하느님의 영광을 볼 것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겸손의 3단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의 겸손은 하느님을 위해서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하느님을 위해서 계명은 물론, 작은 사랑까지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의 겸손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가난한 것도, 질병도,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죽음까지도 기쁘게 여기는 것입니다. 이 길은 오랫동안 기도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야만 가능한 길입니다.

 

오늘은 콜베 신부님 축일입니다. 그분은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큰 사랑은 없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서 남을 위해서 대신 목숨을 바친 신부님입니다. 말로 하기는 쉽고, 글로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신부님은 하느님의 말씀에 복종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지상에서의 삶은 비록 짧았지만, 그분의 희생과 그분의 나눔은 천상의 별이 되어 오래도록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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