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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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7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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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2-24 ㅣ No.136304

뉴욕에 온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뉴멕시코에 있는 피정의 집에 며칠 머물렀습니다. 피정의 집에는 3대륙에서 오신 수녀님이 계셨습니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입니다.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하면서 대화하면서 놀라운 체험을 하였습니다. 유럽에서 오신 수녀님은 아시시에 있었고, 제가 아는 수녀님과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오신 수녀님은 제가 아는 신부님을 아신다고 하였습니다. 아시아에서 오신 수녀님은 제가 존경하는 신부님과 함께 피정을 하였다고 합니다.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인데 모두 제가 아는 분들과 인연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넓은 것 같지만 그렇게 넓은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선한 일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행하고, 악한 일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하지 말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우주가 시작되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물질은 생성하고 소멸하지만 원자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70억 인류의 몸을 이루는 원자는 어쩌면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겁니다. 아니 우주의 모든 존재는 인드라망이 되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보석같이 참으로 귀한 존재이며 그 각각은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 생명을 주며 더불어 존재하는 겁니다. 오늘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청하여도 얻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욕정을 채우는 데에 쓰려고 청하기 때문입니다. 주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높여 주실 것입니다.” 참된 지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해 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시기와 분노, 원망과 욕망의 구름은 걷히고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별이 떠오를 겁니다.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150억년 우주의 역사에서 고작 100년을 살면 잘 사는 우리가 성공, 권력, 명예, 재물, 능력, 업적으로 경쟁한다면 참 우스운 일입니다. 영원히 가지고 가지 못할 걸 얻기 위해서 우리는 악연을 맺기도 합니다. 속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시기하고, 질투합니다. 서열을 정하고 무시하기도 합니다. 조금 아는 걸 가지고 잘난 척하기도 합니다. 하느님나라를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고, 병자를 고쳐주던 제자들도 도토리 키재기를 하였습니다. 길가다가 서로 다투었습니다.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얻을 것인지 논쟁하였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나병환자를 치유하신 기적도, 눈먼 이의 눈을 뜨게 한 기적도, 풍랑을 잠재우신 기적도 그저 권력을 얻기 위한 능력으로 보였나 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표징은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일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교회는 내일부터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부활은 십자가와 죽음을 거쳐야 합니다.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면서 부활의 꽃은 피는 겁니다. 신앙의 신비여! 우리는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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