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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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간첩신고 건수, 노무현 정부 5년의 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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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21 ㅣ No.992

 

A씨는 지난 9월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수상한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며 국가정보원에 신고한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 밝혔다. A씨가 발견한 아이디 ‘a**’는 트위터에 꾸준히 북한 관련 글을 게시해왔다. 지난 6월 청와대·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사이버테러 관련 기사를 링크해 놓고는 ‘남한 XX들 납작 코가 되었네! 북조선 만만세다!’라고 적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와 관련해서는 ‘개성공단 아작 낸 박근혜(대통령), 류길재(통일부 장관) 등 반통일 세력을 사형시키자’라고 썼다. A씨가 신고한 이후 해당 계정에는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B씨는 같은 달 “페이스북에서 북한을 찬양하던 간첩을 신고했다. 주소랑 사진을 동봉해 국정원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인적사항이 드러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고 사실을 알렸다.

20일 국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정원이 111 전화신고와 홈페이지를 통해 받은 간첩 신고는 4만7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만여 건이 접수된 것을 볼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1월~10월) 신고 건수는 2만5000여 건으로 올해 37.5%(1만5000건) 증가했다. 노무현정부(2003~2007년) 통틀어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8배가 넘는다. 이명박정부 시기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을 추월했다. 노무현정부 때 간첩신고는 5865건(한 해 평균 1173건)이 접수됐다. 이명박정부(2008~지난해) 때는 8만6332건(한 해 평균 1만7266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예비음모 사건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회원 아이디 9001개를 공개한 지난 4월 한 달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네 배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보수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를 중심으로 우리민족끼리 회원을 국정원에 신고하는 붐이 일었다. 한 보수단체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간첩 자수 기간’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하는 카페들도 생겨났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국정원이 신고자에게 포상으로 주는 국정원 마크가 새겨진 ‘절대시계’가 유행했다. 포상 시계를 받은 인증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이석기 의원이 국가 주요 시설 타격 등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8월 28일 이후(9~10월)에는 전화 신고만 세 배가 늘었다.

간첩 신고 건수는 정권의 공안 사범을 대하는 태도와 단속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안사범 검거 실적은 김영삼정부 때 149명이던 것이 김대중정부 112명, 노무현정부 50명으로 줄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다시 194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일부 허위 신고로 인한 인력 낭비도 있다. 지난달 충북 청주에서는 알코올 중독자 이모(32)씨가 “내가 고정간첩인데 자수하겠다”고 해 경찰과 국정원·기무사령부가 총동원됐다. 이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학기 K대에서는 수업 중에 반자본주의·반미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학생이 강사 임모(38)씨를 국정원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joonga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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