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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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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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4-01 ㅣ No.6779

4월 2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요한 10장 31-42절

 

"그때에 유다인들은 다시 돌을 집어 예수께 던지려고 하였다."

 

 

<짱돌>

 

어린 시절 저는 장난이 유난히 심했습니다. 당시 동네 마다 텃세란 것이 있었고, 때때로 동네 어린 아이들까지도 모두가 몰려 나가 다른 동네 아이들과 연탄재 싸움도 많이 했었지요. 싸움이 격해지다보니 연탄재가 아니라 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동네 아이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퇴각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저는 뒤통수에 뭔가 크게 와 닿는 둔탁한 충격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혼절한 상태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적십자 병원으로 실려 갔지요. 한참 만에 깨어났었는데, 어질어질했습니다. 후유증도 대단했습니다.

 

그 전에는 제가 산수 문제도 곧잘 풀곤 했었는데, 그 때 충격 탓인지 그 뒤로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되었습니다. 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치명적인 살상도구인지 그 때 잘 알게 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사사건건 예수님의 말씀에 트집을 잡고 말꼬리를 물고 늘어집니다. 예수님의 논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유다인들은 화가 잔뜩 난 나머지 예수님을 향해 돌을 집어 듭니다.

 

그 누군가를 향하여 돌을 집어 든다는 것,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보편적인 인간관계 안에서, 정상적인 사고방식, 기본적인 상식을 지닌 인간들 사이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돌은 일종의 흉기입니다. 돌을 집어 들었다는 것은 흉기를 집어 들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결국 돌을 집어 들었다는 것은 살의를 품었다는 말입니다.

 

요즘 계속되는 요한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을 향한 유다인들의 철저한 거부감과 적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족들로부터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셨던 예수님의 심정이 어떠했겠는지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동족 유다인들이었습니다. 진정 그 어떤 민족에 앞서 가장 먼저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몰라주고 자신을 끝까지 왕따시키는 동족 유다인들,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돌까지 집어든 동족들의 모습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노보다는 서글픔이, 미움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지금 신성모독죄를 저지르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예수님께 신성모독죄를 짓고 있다고 따지던 동족 유다인들입니다. 그들의 한심한 모습을 바라보고 계시던 예수님께서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안타까워 할말을 잊으셨습니다.

 

아무리 눈을 뜨게 하려고, 아무리 깨닫게 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끝까지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던 동족 유다인들 앞에 예수님은 조용히 상황을 종료시키고 빠져나가십니다.

 

오늘 다시 한번 우리의 눈을 뜨게 하시려고,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시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오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진지하게 찾아나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우리 삶 한 가운데 머물고 계심을 확신합니다. 우리가 육신의 눈을 감고 영혼의 눈을 뜨게 되는 순간, 창조 때부터 머물고 계셨던 하느님, 우리 인생 역사 시초부터 함께 자리하고 계셨던 하느님의 존재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굳게 닫혀있었던 우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이미 우리 안에 와계신 하느님 그분의 자취를 발견하는 소중한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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