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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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이야기 <방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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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명희수녀 [ysilvia] 쪽지 캡슐

2000-12-21 ㅣ No.2255

감동적으로 들은 이야기 입니다.

나누고 싶은데 원본을 구할수가 없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원본을 가지고 계신분은 보내주시면 더 고맙지요. ^.^

행복한 성탄 되세요.

 

<방 있어요.>

 

주일학교 4학년인 인수는 말더듬이 입니다.

언제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더듬이 였기 때문에 친구를 제대로 사귈수 없었고, 성당엔 행사도 많았지만, 인수가 할일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습니다.

 

마른몸에 버짐핀 얼굴 꾀죄죄한 옷 . 하지만 인수는 성당에 나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7번째 맞이하는 성탄이 인수에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성탄엔 4학년들이 연극을 하기로 했지요.

늘 그래왔듯 이번 역시 인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천이나 잡고 있겠지’

 

하지만 새로오신 보좌 신부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인수는 안된다고 교리선생님을 비롯해 모두들 반대했지만, 드디어 인수에게도 제대로 된 역할이 생겼습니다. 비록 한마디짜리 대사였지만 당당히 무대에서 연극을 하게 된것입니다. 그것도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멋지게 수염을 기른, 바로 베들레헴의 여관집 주인 이였습니다.

대사는 딱 한마디 "방 없어요"

인수는 너무나 기뻐서 그 한마디를 외우고 또 외우고 잠을 설쳐가면서 생각했고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성탄전야. 완벽하게 준비된 성당 무대에서 예수성탄극의 막이 올랐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긴장속에서 제3막 인수가 등장하는 베들레헴의 막이 올랐습니다.

 

인수는 여관앞에 없는 배를 살짝 내밀어 폼을 잡고 서 있었습니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혹시 방이 있나요?" 하고 요셉이 물으면

"방 없어요" 하고 문을 쾅하고 닫을 준비를 했습니다.

 

저멀리 눈보라속에 요셉과 마리아가 인수를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만삭의 몸이 된 성모님은 배를 움켜잡고 걸을 힘도 없었던지 머리를 요셉에게 기댄체 지칠대고 지쳐 있었습니다.

그 불쌍한 성모님의 모습을 본 인수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흐려진 시야로 두사람이 힘없이 걸어왔습니다.

 

인수앞에 도착한 요셉이 모자를 벗으며 조용히 물었습니다. "혹시 방 있나요?"

눈물이 가득한 채 서있던 눈을 팔로 훔치더니 더듬거리며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바..바... 방...있어요."

 

성모님과 요셉인 정우와 선희는 어떤 대답을 해야하는지 통통 뛴 것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연극은 거기서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큰소리를 지르며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인수는 절대 안된다고 했잖아요!"

 

모두가 돌아가 버린 성당.

하얗게 내리는 눈속에 홀로 서계신 성모상앞에 인수가 서 있었습니다.

’성모님! 제가 다 망쳐 버렸어요. 저 때문에 성탄이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전 최선을 다했는데...’

아직도 슬프고 아프기만 한 마음으로 성모님 발치에 엎드렸습니다.

눈이 밤새 내렸고......... 인수는 그렇게 있었습니다.

 

깊은밤. 성모님 머리맡을 비추던 별빛이 살며시 내려와 인수를 감싸더니 조용히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새벽. 미사를 오던 여러 신자들이 성모님 앞에 동그랗게 쌓인 눈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바삐 미사를 하러 성당엘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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