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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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저 사람만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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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estherlove] 쪽지 캡슐

2010-02-05 ㅣ No.52864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4주간 금요일 - 저 사람만 없으면!

 

 

 

제가 군대 입대했을 때입니다. 처음 담임 훈련 교관은 저희를 너무 괴롭혔습니다. 자기 전에는 항상 얼차려를 받았고 훈련 때도 다른 교관들이 걸어가도록 하면 우리는 오리걸음으로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개인적으로 그 교관에게 혼이 무척 났고 몰래 수첩에 그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쓰는 것을 들켰고 그 교관이 자신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교관은 저를 조용히 부르더니 “이렇게 하는 것은 다 앞으로의 너희 군 생활이 편하라고 하는 거야.” 하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우리들에 대해서 실망했다고 했습니다.

그 교관의 말이 이해가 된 것은 바로 그 곳을 떠나서 자대에 배치를 받았을 때입니다. 물론 그 곳도 힘들기는 했지만 훈련받을 때보다는 힘들지 않았기에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대에 도착해보니 그 교관보다도 더 저를 힘들게 할 선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그 선임이 담배를 권하기에 안 피운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자신이 한 달 내로 담배를 피우게 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괴롭힘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제일 먼저 저에게 다가와 욕을 퍼부어댔습니다. 그 사람 눈에는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야단맞을 거리였습니다. 무엇을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상황이었습니다. 단 둘이 근무를 나갈 때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한 시간 내내 욕만 해 대는 것이었습니다. 이 인간만 없으면 평생 군 생활하래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도 그것을 다 참아내는 저의 인내심에 놀랄 정도였고 시간이 흘러 그 선임이 제대를 하였습니다.

저도 제대를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또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없을 것을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군대에서 그렇게 힘든 사람들을 겪어 내다보니 아무리 괴롭혀도 군대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대에 다녀와야 인간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즉,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내 주위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다만 그 사람들과 함께 있도록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이유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를 원해서이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 선생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잘라 자기 동생의 부인인 헤로디아에게 줍니다. 헤로디아는 살아있는 남편을 버리고 그 형에게 다시 시집 온 것이 인륜적으로도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 와중에 세례자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은 온 천하에 그 결혼은 잘못된 것임을 선포하고 다닙니다. 눈의 가시 같은 요한을 없애버리고 싶지만 헤로데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물론 헤로데도 요한이 싫었지만 그가 의인인 것을 알고 죽이기를 두려워합니다.

어쨌거나 헤로데는 그래도 자신이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다고 자신을 정당화 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양심의 소리는 이성까지 마비시켜버립니다.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고 다니신다는 소문을 듣자 자신이 죽인 요한이 살아난 것이라고 믿습니다. 요한은 기적을 한 번도 행한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헤로디아는 그러고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그래도 할 말이 있는 헤로데가 그 모양인데 핑계거리도 없는 헤로디아는 더 큰 원망의 소리를 듣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음란과 권력을 위해 남편을 버린 여자를 넘어서 이스라엘의 예언자를 살인하였다는 원망을 자신의 양심과 백성들로부터 더 강하게 듣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주 순결한 아이의 시선도 따가운 비수로 날아와서 누구에게도 눈을 들 수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나 사람들을 지금 당장 치워버리면 편할 것처럼 여겨지더라도 그것이 죄가 되는 것이라면 헤로디아와 같은 신세를 면할 수 없습니다. 혹은 죄가 아니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면 그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꽃은 향기도 없고 작은 시련에도 쉽게 쓰러지는 법입니다.

 

카인은 아벨이 꼴 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벨을 제거합니다. 그러자 온 땅이 그의 피 때문에 울부짖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도 적이 되고 다른 모든 민족들을 무서워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사울도 다윗이 눈의 가시입니다. 자기에게 잘해주기만 한 다윗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자신이 망하게 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다윗도 여자 때문에 그의 남편 우리야를 죽입니다. 그러나 인생에서의 오점을 남기고 그 벌도 받아야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예수님이 눈의 가시였습니다. 그 분을 제거해서 좋았겠지만 남은 것은 메시아를 죽였다는 양심의 가책과 오랜 기간 나라 없이 살아야하는 설움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싫다고 쉽게 떠나려하지 마십시오. 예수님도 가리옷 유다와 끝까지 함께 하시려 하였습니다. 진주조개는 자신 안에 들어온 모래알을 가슴으로 품으면서 그것을 진주로 만든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참아내야 하는 사람들도 우리 안에 귀한 무엇을 만들게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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