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성지순례기]신리공소..천국에서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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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14 ㅣ No.266

이존창 생가터에서 나와 다시 온길을 걸으려고 하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이내 저의 특기인 미친듯이 손흔들기를 시작했지요..

그런데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세워주는 차가 없었습니다. 이상했지요...이런 적이

없었는데 ... .. 저의 실수는 바로 회전길에서 차를 잡으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걸은후 몇대의 차를 놓치고 기어이 송강호가 선전하는 머리는

스타렉스에 몸통은 트럭인 차를 탔습니다. 아저씨께서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이런 저런 말씀을 물으시고 저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대답해드렸습니다.

 

주유소 입구에서 내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후 여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여럿이라서 재미도 잇었고 무엇보다 말동무가 잇었는데..

같은 길을 걸으면서 여름에는 보지 못 한 꽃들과 사람들을 보게 되더군요....

 

10분정도를 걸으니 멀리 봉고가 오길래 그 차를 타고 갔습니다. 감리교에 다니신다

는 젊으신 분이셨는데 친절하게도 신리공소 앞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신리공소는 박해때 이곳지역의 신자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도 하고 예절을 하기도 했

던 곳이지요...하지만 이 공소가 더욱 유명한 것은 바로 안 다뷜뤼주교님께서 잡히

시기전에 이곳에서 한국천주교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시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안

다뷜뤼 주교님은 당시에 박해의 손길을 피해서 이곳으로 오셨는데 이곳에서

한국천주교회사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여 홍콩으로 밀반출하셨습니다 . 주교님이

만약 이 일을 하시지 않으셨다면 현재 한국천주교회사나 103위 성인들도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신리공소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안은채 세월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있

습니다. 삐그덕 거리는 바닥과 과거 화재로 검게 그을린 나무들... 그리고 거미줄

이 가득한 안쪽 방까지.... 예전에 신자들의 모습이 저도 모르게 그려졌습니다.

 

신리공소의 한쪽에는 안다뷜뤼주교님께서 잡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보

내신 편지의 사본이 기념으로 액자에 걸려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언제까지

숨어있을지 모른다...현재 다섯명의 신부가 모두 잡혔습니다...천국에서 만납시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포졸들의 추적이 다가오자 이미 순교를

다짐하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편지에서도 주교님은 하느님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편지를 읽고 잠시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위대하신 성인도 예수님

앞에서는 작은 양이구나...이분들도 예수님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으셨구나...

 

우리의 이름모를 순교자도, 주교님도 모두 예수님을 떠나서는 살 의미가 없으

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하느님을 잊고 지냅

니다...정말 부끄럽습니다... 공소의 천장에는 예전에 대들보에 적었던 글이 적혀

있씁니다...(나중에 사진참조.....)

 

공소입구에는 신리성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자세히 적혀 있어서 누구나

신리공소에 관해 쉽게 알 수 잇을 것 같았습니다.

 

신리공소를 올때마다 나는 슬픕니다. 이 초라한 공소의 모습보다 당당하다고

말하는 제가 너무나 초라해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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