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성지순례기]정난주(마리아)의묘

스크랩 인쇄

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18 ㅣ No.284

모두들 안녕하신지...

저도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음...여기 겜방 키보드...영 안좋네요...자판을 누르는데 엄청난 칼로리를 필요로..

 

오늘 저희 장위동본당은 ’신상옥과 형제들’이 와서 음악회를 한다고 하죠...

부럽다...너무 보고 싶었는데..

 

여기는 제주도랍니다. 목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제주도는 따뜻한 기온에 비해 바람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더울 것 같아서 반팔만 입고 공항에 내렸다가 다시 하나를 더 걸쳤지요.

 

목포에서 제주도 까지는 비행기로 30분정도가 걸리더군요..

30분...비행기뜨는 거 구경하고 잠시 바다하고 구름을 보니까 바로 착륙준비.

그래서인지 기내에서 음료수도 안주고 달랑 사탕하나 주길래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정난주(마리아)의 묘로 가기위해선 먼저 제주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합

니다. 공항에서 100번버스를 타면 되고 요금은 600원더군요...좀 재미잇던 것은

버스에서 거스름돈을 약국에서는 주는 약봉지에 400원을 넣어서 주더라는 것입니다.

뭔가..하고 생각했다가 거스름돈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보성리로 가야하기 때문에 표를 샀습니다. 요금은 2600원

이었는데 보성리까지 정확히 1시간이 걸리더군요..버스는 대충 시간당 한두대꼴로

운행하고 있구요..

 

보성리에 내리게 되면 무엇보다 먼저 위치를 빨리 잡아야 합니다.

따로 터미널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버스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잡고 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죠...

 

추사 김정희의 기념관같은 장소에서 보면 대정성지라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근 3km정도를 걸어가면 바로 정난주(마리아)의 묘로 갈 수 있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길을 걸을 때는 늘 코스모스가 있어서 심심치가 않았는데 제주도에서

는 코스모스를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강아지풀하고 억새풀이 가득하더군요

억새풀은 갈대처럼 생겼는데 그 끝이 무슨 빗자루 모양으로 생겨서 마치 갈대가

흔들리듯 보입니다. 강아지풀도 그렇구요... 꽃밭도 길가마다 가득해서 아름다운

제주도라는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정난주(마리아)의 묘는 다른 성지와는 다르게 제주도 특유의 모양으로 꾸며놓았더

군요..입구도 야자수나무가 순례자를 맞이하고 있었구요..

묘에 절을 하고 순교자를 위한 기도를 올린 후 그냥 성지를 둘러보았습니다.

여기는 꿩이 무척 많았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푸드득 거리면 날라가더라구요

도마뱀도 있었고 조그만 실뱀도 길가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정난주(마리아)는 황사영백서로 알려진 순교자 황사영의 아내이며 정약용의 큰형

인 정약현의 딸입니다. 황사영이 백서로 인하여 귀양을 가면서 정난주는 제주도로

관비로 오게 되었지요..당시에  정난주(마리아)는 제주도로 배를 타고 오면서 두살

바기인 아들을 데리고 오게되었는데 이 아니까지 노예로 살게하는 것이 싫어서

사공을 매수하여 추자도에 아들을 두고 옵니다. 이 아들을 추자도의 어부 오씨라는

사람이 키우게되는데 황씨집안의 아들인것을 알았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아직도

추자도에서는 황씨와 오씨가 서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네요.

 

이렇게 모든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져 결국 혼자 제주도로 오게된 정난주는 그녀의

인품과 품위로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았고 천주를 누리고 하늘나라로 가게됩

니다. 사실 정난주(마리아)는 귀양살이를 오기는 했지만 처형을 받은 게 아니라

순교자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잇겠지만 제주교구주교

님의 강론을 보면 순교자라고 불리는 것이 납득이 갑니다.

 

"신앙의 탓으로 이 고장에 유배된

유일한 증거자인 정 마리아 난주님을 순교자라고

말씀드리는 것에 대하여 놀라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우리 보편 교회도 피 흘려 순교하지 않은 이들 중에서

어떤 분들은 순교자로 공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난주(마리아)는 제주도로 오게되고 제주도의 순교자로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표본이 되고 있습니다.

 

대정성지를 나오고 다시 길을 걸으면서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십자고상을 목에걸고도 고개를 뻣뻣이 들 수 잇도록 해주신

우리 순교자의 신앙이 지금의 저를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합니다.



998 0

추천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