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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어린 사제/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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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박노해 폭설이 쏟아져 내리는 이스탄불 밤거리에서 오늘은 눈 때문에 일도 공치고 밥도 굶었다며 학교도 못 가고 날마다 이 거리를 헤매면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물었다 야곱은 앞으로 만날 때마다 아홉 번 공짜로 구두를 닦아주겠다며 까만 새끼손가락을 걸며 환하게 웃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길 건너 골목길로 뛰어들어갔다 아,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어두운손으로 떼어 어린 동생들에게 한입 한입 넣어주는 야곱의 모습을 이스탄불의 풍요와 여행자들의 낭만이 흐르는 나라 뺏긴 쿠르드의 눈물과 가난과 한입 한입 떼어 지성스레 넣어주는 쿠르드의 어린 사제 야곱의 모습을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80-82p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