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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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特檢 주장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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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20 ㅣ No.973

대통령선거 이후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대선 연장전이 ‘특별검사(特別檢事)’ 논란으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회 존중’입장을 밝힌 데 이어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설치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양특’(특검+특위) 요구를 더 강화하면서 가위 특검 문제가 정국·국회의 블랙홀처럼 되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특검 요구는 공감하기 어렵다.

우선,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특검은 헌법 제13조 1항의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거스르는 위헌(違憲) 소지가 다분하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인 국정원 댓글 사건은 검찰의 6월 기소 및 법원의 9월 재정신청 인용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피고인들은 피고사건 범위 내에서 재처벌 대상일 수 없다. 1999년 9월 특검 도입 이후 그런 전례도 없다.

둘째, 어느 선거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이 대선 정당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국민 일반의 상식이다. 특검을 요구하더라도 수사나 재판 결과를 보고, 국민 눈높이를 먼저 살피는 게 순서다.

셋째, ‘특검+특위’ 주장은 자충(自充)에 가깝다. 특위를 통해 국정원을 개혁하기 위해서 특검의 재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지만 그 자체로 설득력이 약하고, 정보기관의 특성상 기밀 유출로 인해 정보기관 무력화라는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할 위험성이 크다.

넷째, 특검 요구가 내년 6·4 지방선거와 관련된 정략으로 비친다. 안철수 의원이 4일 점화하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8일 수용한 이래 특검은 신(新)야권연대의 ‘표제어’처럼 되면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반(反)박근혜 연합’의 구심(求心)으로 떠올랐다.

 

 지난 14년 간의 특검 실험은 ‘정치적 살풀이’로서는 유효했을지 모르나 ‘법치의 도구’로서는 효용이 사실상 없음을 보여주었다. 국정원 개혁은 필요하다. 민주당은 특검+특위 그 어느것도 뺄 수 없다는 식의 논리가 자칫 중추 정보기관 해체론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여지를 감안해야 한다. 국익과 미래를 위해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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