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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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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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준 [jhyukj] 쪽지 캡슐

2017-03-19 ㅣ No.1975

어둔밤....

마음의 굴레 속에 문득 그가 생각난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

......

 

 시를 쓰던 그날 밤 그의 마음도 이런 심정이 었을까?

 

용기가 없어 불의에 몸으로 항거하지 못하고

팬으로 끄적였던 자신이 부끄러워 괴로웠던 사나이

윤동주 시인...

 

그의 수많은 괴로움 속의 끄적임들이

훗날 수많은 사람들중 나에게도 이 어둠에 작은 울림을 준다.

 

그리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자신의 나약함에 고뇌했던 그의 심정을 이해 할 것 같다.

 

어둠이 빛을 이긴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던가?

나는 이 말씀을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파고 들어야 할까?

내 안에 숨은 어두움들은 나를 답보상태로 아니 퇴보상태로

만들어 놓곤 했는데...

 

내 삶속에 점점 희미해져 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주로 나는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그려진다.

 

'그'가 두렵고 '그'가 그립다.

'그'가 원망스럽고 '그'가 의심스럽다.

'그'에게 머물고 싶고 '그'에게 답을 구하고 싶고

'그'에게서 힘을 얻고 싶다.

 

시대의 악마에게 끝내 숨져야 했던 윤동주 시인...

가끔씩 그를 생각하면 그의 어둠을 생각하면

내가 부끄러워진다.

 

그는 지금쯤이면 그리도 동경했던 '예수'와 함께 있으리...

이제는 슬픈 눈이 아니라 초롱초롱한 장난끼 가득한 눈망울로

아름다운 초원속을 거닐고 있으리...

 

나도 윤 시인에게 할 말은 있다.

나도 '예수님'과 함께 있다고...

시커먼 내마음에도 항상 밝은 빛을 동경 해 온 것이 그 증거라고 말이다.

 

욕망하자. 더욱 욕망하자

비우지 말고, 버리지 말고

욕망하고 또 하자.

 

성장 하려는 욕망

신을 알고픈 욕망

삶을 알고픈 욕망

그리고 끝끝내 몸으로 이뤄 내려는 욕망

 

어제도 보았고 그저께도 보았고

앞으로도 볼 내안의 탕자에게 말한다.

닥치고 좀 꺼져줄래?

그럴 수 없다면 평생을 함께 가야 한다면

얌전히 니 자리에 있어!

 

-----

 

 

       참 회 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윤동주(1917~194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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