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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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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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5-20 ㅣ No.3699

연중 제 7주간 화요일-마르코 9장 30-37절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거슬러>

 

오늘 복음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열두 사도와 예수님으로 구성되었던 제자 공동체 역시 완벽한 공동체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열심히 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과외를 실시하였건만 제자들은 그 누구도 예수님에 대한 정확한 신원파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계획하시는 하느님 나라가 어떤 왕국인지 전혀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제자들은 예수님의 "노선"이나 "정책"과는 전혀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스승 예수님의 정책이나 노선은 "자기 버림", "초월", "이탈", "포기"를 바탕으로 한 "겸손"이었건만 제자들은 부끄럽게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저잣거리에서 서로 "누가 높은가"를 두고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제자 공동체의 이런 한심스런 분위기를 눈치챈 예수님께서는 크게 탄식하십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내 왕국은 이 세상 왕국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부르짖었건만,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숱하게 외쳤건만 제자들은 "한 자리" 차지하는데 혈안이 되어 서로 멱살을 쥐고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제자들을 향해 그리고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들을 향해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세속적인 삶의 방식에 젖어있는 제자들을 향해 하느님 나라의 가치나 위계질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십니다.

 

꼴찌가 되어 섬기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누구보다도 "한자리"맡은 사람들, 책임자, 웃어른, 부모, 교사, 성직자, 수도자 등 지도자들이 귀여겨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성직자나 수도자들은 대체로 세상사람들 앞에 교회의 사람, 교회의 지도자로 비춰집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신분 그 자체로 능력이나 자질에 비해 상당히 높은 위치를 자연스럽고도 쉽게 확보합니다.

 

또 그런 위치를 전전하다보면 쉽게 그에 걸맞은 대우에 익숙하게 됩니다. 윗자리에 앉는 일, 인사 받는 일, 서비스 받는 일에 숙달됩니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이 쉽게 그 자리를 내어놓겠습니까?  그곳을 떠나기 위해 서로가 주고받는 상처가 커집니다. 세상을 거슬러 살아야 할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이런 모습들은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꼴찌가 되십시오", "섬기는 사람이 되십시오", "스승이란 소리를 듣지 마십시오."

 

우리가 티끌만큼이라도 권위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웃을 위한 봉사가 그 목적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겸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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