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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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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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7-21 ㅣ No.3864

7월 21일 연중 제 16주일-마태오 13장 24-30절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일러서 가라지를 먼저 뽑아서 단으로 묶어 불에 태워 버리게 하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게 하겠다."

 

 

<이런 병원>

 

저는 그간 어지간해서는 병원 신세를 안 지고 끝까지 버텨보는 체질이었습니다. 병원 문을 들어서면 솟아나는 왠지 모를 두려움, 병원특유의 냄새, 복잡한 절차가 싫어 왠만하면 참다가 정 사태가 심각해지면 제가 개발한 민간요법으로 버틴 지가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

 

그런데 몇 일 전에는 불가항력적으로 간단한 치료였지만 꼭 병원을 가야할 필요가 생겨서 가까운 동네 병원엘 들렀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서는 저를 깜짝 놀라게 한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간호사나 의사 선생님의 친절, 첨단화된 진료기구에 따른 신속정확한 진단과 처방..."야! 정말 세상 좋아졌다! 이런 병원이었다면 진작 왔을텐데..."하는 후회가 절로 들 정도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특히 진료를 해주신 의사 선생님의 인내와 친절은 감동조차 받을 지경이었습니다.

 

병세에 대해서 차근차근 물어보신 의사 선생님은 세밀하게 검진을 마친 다음,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저한테만 그렇게 친절한가 했었는데...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뒤에 오락가락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제 진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진료실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횡설수설하시는 할머니를 마치 아기 다루듯이 자상하게 대했습니다. "할머니! 잠깐만 이 의자에 앉아 계셔요. 이 분 거의 다 끝나가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병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아주 중요합니다. 또한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투약과 조치 역시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의사의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환자의 아픔과 상처를 내 아픔과 상처로 여길 때, 환자 앞에 끝없이 인내하고 친절을 베풀 때 환자의 병은 이미 반은 나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오늘 밀이삭 가운데 섞여있는 가라지를 즉시 가려내 불태우지 않고 추수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인내로운 하느님과 관련된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의사 선생님의 인내를 기억합니다.

 

인내는 예수님의 특기이자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인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조련하실 때 가장 널리 사용하시던 전매특허였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그토록 많은 배신과 실수를 거듭했지만 예수님은 즉시 베드로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 앞에 예수님은 끝없이 인내하십니다. 그 결과 베드로는 교회의 초석이 됩니다.

 

예수님은 그 모질던 채찍질과 조롱과 앞에서도 결코 보복의 펀치를 날리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행하기 위해 끝없이 인내하셨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웃들의 배신이나 모욕적인 언사 앞에 인내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이해할 수 없는 시련 그 앞에서 인내한다는 것은 혹독한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인내할 때, 인내가 가능합니다. 주님을 위해, 주임으로 인해, 주님을 생각하며 인내할 때 인내가 가능합니다.

 

그 숱하게 많았던 우리들의 과오와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참아주신 하느님, 또 다시 우리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인내에 감사드립니다.

 

 

무슨 일이든 기다릴 수만 있다면, 삶이란 기다림만 배우면 반을 배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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