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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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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8-03 ㅣ No.3902

8월 4일 연중 제 18주일-마태오 14장 13-21절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Yes 맨>

 

제 가장 큰 성격적 결함은 유유부단하다는 것입니다. 때로 거절할 필요가 있으면 단호하게 거절을 해야되는데, 아닌 것은 과감하게 아니라고 해야되는데...그것이 너무도 힘듭니다. 그래서 형제들에게 욕도 많이 듣습니다.

 

오늘만 해도 죽기보다 하기 싫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섭외가 들어왔을 때...솔직히 너무도 괴로운 일이기에 단호하게 나갔어야 했는데...담당 PD의 사정을 들어보니 또 너무도 딱해서 어쩔 수 없이 Yes를 하고 아직도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많이 어리버리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심사숙고하지 못해서 나중에 후회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약점은 어려운 사람들 만날 때마다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혼자서 고민고민하는 성격입니다.

 

요즘 시내를 다니다보면 어려운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요? 그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아기를 엎은 한 젊은 어머니가 "수출길이 막힌" 신제품 2000원 짜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아기만 해도 힘이 부치는데, 제품을 담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힘겹게 끌고 다음 칸으로 옮겨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워 보였는지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위로의 말이라도 따뜻이 건넸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전혀 도움도 되어드리지 않으면서 마음만 아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근히 화가 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도 참 모질고 무심하시지! 말로는 자비의 하느님이라고 하시면서 어떻게 저렇게 큰 십자가를 저 연약한 사람에게 지우실 수 있으십니까? 어떻게 좀 도와주시면 덧납니까? 하느님, 당신이 계신다면 어떻게 저런 고통이 일어나게 합니까? 왜 하느님 당신은 침묵만 지키고 계십니까? 뭔가 하셔야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애야, 나는 이미 그 여인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단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더욱 화가 나서 물었습니다. "오늘 보니 전철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졸고 앉았거나 딴 짓을 하고 있었지 그 누구도 물건 하나 팔아주지 않았습니다. 이래도 하실 말씀 있으세요?"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여인을 위해 오늘 내가 그 여인 앞으로 너를 보내지 않았느냐?  나는 어제도 오늘도 숱한 사람들은 그 여인 앞으로 보냈단다. 그 여인을 위해서 말이다. 너는 내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너 자신에게 화를 내어야 할 것이다. 너는 도대체 그 여인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빵을 많게 하신 예수님의 기적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매일의 삶 안에서 아주 작은 것이나마 나눔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빵의 기적을 계속해나가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묵상은 대구대교구 이곡 천주교회 주임 신부님이신 김영호 신부님께서 "월간 사목" 282호에 기고하신 "주일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다가 제 생활과 결부시켜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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