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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닮아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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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1-19 ㅣ No.4450

1월 20일 연중 제2주간 월요일-마르코 2장 18-22절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엄마 닮아 정말 다행이다>

 

오늘 오후에는 마음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한 아이와 함께 외출을 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대체로 한가지입니다. 우선 답답하니까, 우선 자기들 하고싶은 대로 하지 못하니까, 우선 휴대폰이나 오토바이를 갖고 싶으니까, 무조건 나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갖은 감언이설로 어떻게 해서든 꼬시는 것이 제 일입니다.

 

돌아오는 길이 막혀 식사시간을 놓친 저희 둘은 동네 한 식당에 들어가서 뼈해장국을 한 그릇씩 시켰습니다. 배도 출출했겠다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고 뚝배기 사발째 들고 남은 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들이키고 있는데, 배달 나갔던 아저씨가 들어왔습니다. 입담 좋은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저씨 오랜만에 오셨소. 야는 누구요? 아들이요?" 뭐라고 대답하기도 그래서 고개만 끄덕끄덕하는 제게 아저씨는 한술 더 뜹니다. "아들 한번 야무지게 생겼네. 근디, 야는 지 엄마 닮았는가벼." 그리고는 아이한테 꼭 안 해도 될 말을 합니다. "아그야, 너, 엄마 닮은 거 정말 재수 좋은거다. 만일에 니 아부지 닮았다면 어쩔 뻔했냐?"

 

식당을 나오면서 다시 한번 각각의 아이들을 향한 개별적이고 각별한 사랑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 각 아이들이 지닌 상처와 고통을 개별적으로 어루만져주는 노력이 얼마나 부족한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교사와 아이 사이에 일대 일, 부자간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녀교육, 학교교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교육과정의 개별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교사나 학부모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개별적으로 만나야 아이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보다 깊이 헤아릴 수 있습니다. 상처를 보다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고 말씀하십니다. 새 포도주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의미하겠습니다. 새 포도주는 구약시대를 완전히 마무리하면서도 완전히 뒤엎는 새로움이신 예수님을 의미하겠습니다.

 

예수님이 지니셨던 새로움은 구약시대의 사고방식이나 구약의 안경을 벗어버리지 않는 이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나 큰 새로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지니셨던 새로움은 어떤 새로움이겠습니까?

 

그간 감히 얼굴도 마주볼 수 없었던 하느님, 혹시라도 그분을 대면하는 날은 바로 우리 삶이 끝나는 날로 여겼었는데, 그 하느님이 한 인격체로 다가오신 것입니다. 다정한 친구처럼 사랑하는 연인처럼 말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찾아오신 하느님이시기에 새롭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에 한 인격체로 찾아오신 너무도 은밀한 하느님, 너무도 개별적인 하느님이시기에 새로움이십니다.

 

그간 상선벌악의 기준에 따라 무척 엄격한 하느님으로 생각했었는데,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은 너무나 자비로운 하느님이셨기에 새롭다는 것입니다. 자비의 하느님으로 인해 이제 아무리 지은 죄가 진홍빛 같다 할지라도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사람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 가운데 멸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새 포도주이신 이유는 바로 그분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비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새로움이신 이유는 측량조차 할 수 없는 그분의 우리를 향한 극진한 사랑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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