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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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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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8-13 ㅣ No.131678

 

중앙동 성당 설립 50주년 축하 미사에 특별한 분이 왔습니다. 33년 전 본당 신축 축성식이 있었고, 당시에 김수환 추기경님께 꽃다발을 드린 어린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33년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 어린이는 사제가 되었고, 여자 어린이는 수녀가 되었습니다. 사제와 수녀가 된 당시의 어린아이 둘이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하였습니다. 33년 전 군인 신학생이었던 저는 서품 28년 차 중견 사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11명의 사제와 36명의 수도자가 본당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이번 50주년 축하 미사에 교구장님께서 오셨고, 2명의 아이가 추기경님께 꽃다발을 드렸습니다. 33년 후에 두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궁금했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가 생각납니다. 의좋은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가을 추수를 마치고 형제는 서로 생각합니다. 형님은 이제 막 신혼살림을 차린 동생에게 필요한 것이 많으리라 생각하고 자신의 논에서 볏단을 동생의 논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동생도 형님은 아이들도 많아서 필요한 것이 많으리라 생각하고 형님의 논으로 볏단을 옮겨 놓았습니다. 그렇게 하던 어느 달 밝은 밤에 형과 동생은 함께 만나게 됩니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확인한 형제는 서로 깊은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이야깁니다.

 

우리의 신앙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남을 위해서 배려하고, 나의 것을 챙기기 전에 남의 것을 신경 써 주는 것입니다. 많은 것을 알고, 신학적인 지식을 쌓아야만 신앙심이 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알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성공했을 때 좀 더 겸손해지며, 옳고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양심에 넣어주신 것입니다. 이것을 잘 가꾸는 사람은 신앙심이 깊어질 것입니다. 물질, 경제, 자본, 성공, 과학이라는 잣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압니다. 시와 문학, 음악과 미술, 철학과 신학, 신화와 문화가 있습니다. 감성 없는 이성은 너무나 삭막할 것입니다. 영혼 없는 육체는 사랑이 없는 집과 같습니다.

 

모세는 오늘 신앙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자신이 비록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홍해 바다를 건넜지만, 호렙산에서 십계명을 받았지만, 하느님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였지만,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약속의 땅으로 건널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그 자격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내세우는 최고는 좋은 학력,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잘생긴 외모일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을 최고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앞에 최고인 사람은 어린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하십니다. 하느님 앞에 최고인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겸손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요즘, 원망과 미움이 생기는지요? 아니면 분노와 질투가 생기는지요? 그렇다면 내가 세상을 내 욕심과 세상의 잣대로 바라보기 때문은 아닐까요? 지금 내 마음에 감사와 찬미가 가득하다면 우리는 이미 신앙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내 앞에 놓인 십자가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여겨진다면 나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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