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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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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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2-27 ㅣ No.4563

2월 27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마르코 9장 41-50절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손을 찍어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불구의 몸이 되더라도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러브레터>

 

젊은 시절, 러브레터를 주고 받으셨던 분들은 아마도 기억나실 것입니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끝내 쓰지 못했던 것이 우리의 문화였습니다. 그래서 편지는 구구절절이 길어지곤 했지요.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동반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결정적인 언어 역시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받으면 먼저 편지지에 또박또박 쓰여져 있는 내용을 읽기도 하지만 편지의 행간에 담긴 못 다한 말들, 편지지의 여백에 숨어있는 말로 표현되지 못한 마음들을 읽었습니다.

 

오늘 복음 구절을 접하면서 복음서에 적혀진 예수님의 말씀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예수님의 의도나 마음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과격한 표현을 구사하시면서 죄를 멀리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손을 찍어 버려라. 발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발을 찍어 버려라. 또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눈을 빼어 버려라."

 

너무도 과격한 언어여서 섬뜩할 정도입니다. 하루에 수 십 번도 더 손으로 발로 눈으로 죄를 짓는 우리들이 아닙니까? 저 같은 사람은 몸이 수 십 개라도 부족할 것입니다. 죄지을 때마다 손을 잘라버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 찍어버리고 잘라버리고 빼어버리면 앞으로 가야할 길도 창창한데, 그 인생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행간에 담긴 예수님의 고통을, 여백에 숨어있는 예수님의 아픈 마음을 읽으라는 것입니다.

 

빗나갈 데로 빗나간 자식들, 아무리 타일러도 제정신 못 차리는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들을 위해 부모는 때로 극약과도 같은 처방을 하지 않습니까?

 

자식의 타락과 죄악 앞에 때로 사정도 해보고 그러다 안되면 회초리도 듭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자식을 경찰서로 끌고 가는 부모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빗나간 자식의 인생이 너무도 측은해서 찢어질 듯한 마음을 겨우 추슬러 야단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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