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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촛불을 든 사제와 수녀들 -<전주>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 회복을 위한 2차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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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guevara72] 쪽지 캡슐

2008-06-10 ㅣ No.4930

세상을 바꾸는 촛불을 든 사제와 수녀들
<전주>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 회복을 위한 2차 시국미사
 
5월 25일 이병렬 동지가 분신했던 코아백화점 앞 인도에 국화꽃과 촛불을 봉헌하는 시민들
9일 저녁 7시 30분, 천주교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전면 재협상 촉구를 위한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 회복을 위한 2차 시국미사'를 전동성당에서 봉헌했다.

60여명의 사제와 100여명의 수도자, 400여명의 신자가 '하늘의 소리인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며 미사를 봉헌했다.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피에타 성모상 앞에서 드리는 미사는 오늘 저승으로 떠난 이병렬 동지를 하느님의 품으로 받아달라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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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전주교구 사제, 30일 생명과 국민주권회복 시국미사


200년 전 국가권력에 맞서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한 성인들의 혼이 숨 쉬고 있는 성당에 민중가요 '광야에서'가 울려 퍼지며 미사가 시작되었다. 송년홍 신부(사제단 대표)는 "'미친 소 수입 고시 철회하라!' '보수친미 이명박 정권을 타도하자!'는 자필 유서를 뿌리고 분신했던 이병렬 동지가 오늘 사망했다"며 "촛불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했던 이병렬 동지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그가 염원했던 세상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것을 다짐하며 미사를 봉헌하자"고 권고하고 미사를 시작했다.

▲천주교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기 위한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 회복을 위한 2차 시국미사

  
이날 복음은 촛불을 들고 평화와 정의를 외치는 국민들을 향한 격려의 말씀인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마태 5장)이라는 복음이 선포되었다.

송 신부는 강론에서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라는 사목헌장 1항으로 교회가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거대한 국가 권력구조에 대항했던 예수님처럼 이병렬 동지 또한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주권이라는 십자가에 자신을 불살랐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구조적인 모순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신앙인들이기에 학교자율화, 미친소, 대운하, 모든 민영화와 한미FTA 등의 구조적인 모순을 바꾸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하며 강론을 마쳤다.

▲춧불을 들고 미사를 드리는 수녀와 신자들  


성체성가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민중가요를 함께 부른 다음, '촛불 천사들'이란 시가 낭송됐다.

"불의한 권력에 침묵하지 않고, 촛불을 들고 행진하다가 물대포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비폭력을 외치다가 곤봉으로 때리면 맞고, 군홧발에 축구공처럼 머리를 채이며, 물대포에 맞아 실명까지 한 시민들.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불복종 저항입니다.

국민을 종으로 여기는 대통령, 권력에 굴종하는 장관들, 국민을 배신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국민을 폭도로 모는 조중동문 신문들의 구린내 나는, 구조적인 모순을 태우려고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유모차 아이에서 학생 시민 아저씨 할머니까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영혼들입니다"


10일, 전북도민 1만 명 촛불대행진 공지사항이 전달되고, 이병렬 동지의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우림성당 청년들의 몸짓 공연을 마치고,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노래로 미사를 마쳤다.

▲촛불 침묵행진하는 사제와 마주친 시민들  


이후 참가자들은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수입 전면재협상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촛불평화행진을 시작했다. 87년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행진했던 그 길을 걸어가는 사제와 수도자와 신자들은 침묵의 기도로 걸었다. 87년 당시 5만의 도민이 모여 '전두환 독재 물러가라'고 외쳤던 민중서관 4거리를 지나치자, 오거리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행진하는 시민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함성과 환호로 서로 격려하는 도로는 뜨거운 촛불의 바다가 되고 말았다. 시민들은 사제들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800여명의 시민 앞에서 십자가를 든 사제와 수도자들도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를 따라 귀먹은 대통령을 향해 예언자들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고시를 철회하고 전면재협상 실시하라!" "촛불아 모여라! 전면재협상 그날까지!" "6월 10일 1만 도민 모입시다!" "모든 민영화와 한미FTA 철회하라!"

▲제의를 입은 사제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구호는 촛불처럼 뜨거워졌다. 이병렬 동지가 분신한 장소에 이르러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다. 사제와 수도자와 시민들은 이병렬 동지가 분신한 자리에 국화꽃과 촛불을 바쳤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넘어선 독재권력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자신을 촛불처럼 불태운 동지의 넋이 가슴마다 꺼지지 않는 촛불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촛불은 세상을 바꾸는 날까지 타오를 것이다.


-최종수 신부
-필자주...이 글은 6월 10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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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0:31:59   최종수 신부  기자

 
http://www.cham-s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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