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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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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3-11 ㅣ No.4605

3월 12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루가 11장 29-32절

 

"이 세대가 기적을 구하지만 요나의 기적밖에는 따로 보여 줄 것이 없다. 니느웨 사람들에게 요나의 사건이 기적이 된 것처럼 이 세대 사람들에게 사람의 아들도 기적의 표가 될 것이다."

 

 

<이 공허함>

 

신앙생활이 어려웠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는가 봅니다. 예수님 시대의 신자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조금은 얕고, 조금은 기복적이고, 조금은 지지부진한 신앙생활로 인해 나름대로들 힘들어했었습니다.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하느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손에 잡히지 않은 하느님을 믿어야만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 것이며, 얼마나 갈증이 났겠습니까? 마치 오늘날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다들 이왕 믿는 것, 보다 확신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데, 얄밉게도 하느님은 좀처럼 "봐라, 나 여기 있다"며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십니다.

 

하느님 체험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뭔가 특별하고 신비스런 체험, 보다 강렬하고 이상한 느낌들을 애타게 찾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이상하고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구름처럼, 벌떼처럼 몰려듭니다.

 

비록 그곳에서 신비스런 뭔가를 보고 체험하고 느꼈다 할지라도 그런 체험은 잠시 뿐이지요. 하느님에 대한 갈증은 그런 노력으로 결코 채워지지 않는 갈증입니다.

 

공허함을 채우지 못해 이곳 저곳 찾아 다니다보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신앙인", "뜨내기 신앙인"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하니 조심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일입니다. 비록 지루하다 할지라도 하느님 그분은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분, 언젠가 우리 앞에 나타나실 분임을 굳게 믿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이 활동하실 그 순간을 조용히 기다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한번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즉시 사그라질 유한한 분, 잠시 지나가는 분이 결코 아니십니다. 그분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이미 계셨던 분, 우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영원히 활활 타오르실 분, 영원의 하느님이십니다.

 

또한 우리의 하느님은 공평하신 분이십니다. 당신을 찾는 누구에게나 당신에 대한 현존을 체험케 해주십니다. 누구에게는 보여주시고 누구는 외면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사랑하시며 각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적절한 시기에 우리의 인생에 개입하십니다.

 

그래서 필요한 노력이 그분의 때를 기다리는 노력입니다. 언젠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뚜렷이 보여주시고 우리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실 것입니다. 그 날은 우리가 보다 낮아지는 날, 보다 마음을 비우는 날입니다.

 

그 날이 오면 우리가 지금 겪고있는 이 고통은 전혀 고통이 아니라, 은총이자 기쁨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특별한 그 무엇을 찾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매일의 고통을 기꺼이 견뎌냄을 통해서, 매일의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감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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