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너무 착해빠져 탈인 사람들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07 ㅣ No.4719

4월 8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요한 8장 21-30절

 

"나는 언제나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너무 착해빠져 탈인 사람들>

 

요즘 불황이 계속되면서 금전관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한가지 안타까운 일이 있습니다. 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 치명적인 재산의 손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들 그럴듯한 말에 잘 넘어가는 착해빠져 탈인 사람들, 이웃의 고통을 나몰라라하지 못하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자금 압박으로 인해 사면초가 상태에 놓여 있던 친구의 절박한 상황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대출보증을 섰다가 고스란히 그 빚을 떠 안게 된 한 형제님이 계십니다.

 

잘 풀릴 것 같았던 친구의 사업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곤두박질치고 그 와중에 친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낯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고, 보기에도 끔찍한 통지서, 경고장, 출두명령서들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두 푼도 아니고 평생 노력한 결과인 작은 아파트마저 날려야될 판인 형제님은 너무도 분하고, 억울하고, 가족들 보기에 면목이 없었습니다.

 

잠적해버린 친구 생각만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가슴을 겨우 달래며 상황을 파악하게 위해서, 그리고 친구 부인을 만나면 조금이라도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나 하는 희망을 안고 친구 집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곳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미 금융회사에서 다녀간 뒤였습니다. 집은 물론이고 쓸만한 모든 집기 일체를 싹쓸이해간 뒤였습니다. 곧 비워줘야 할 썰렁한 집안에 부인과 어린 아이 둘이 당장 먹을 끼니조차 걱정하면서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었습니다.

 

즉시 상황을 파악한 형제님은 말 한마디 제대로 붙여보지 못하고 돌아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상가를 지나쳐오던 이 착해빠진 형제님은 결국 다시 친구네 집으로 U턴을 했습니다. 그리고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돈을 모두 털어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내세요. 아주머니. 어떻게 되겠죠. 이것 얼마 되지 않지만 아이들하고 식사라도 하세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비장한 어조로 "너희가 가기 힘들어하는 그 길을 나는 간다. 그런데 그 길은 아버지께서 가라고 하시는 길이며,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길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앞에 펼쳐진 길이 정말 죽어도 가기 싫은 길, 고통과 가시밭길이었지만, 아버지께서 원하셨기에 두말하지 않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그 길은 처절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로서의 길이었지만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길이었기에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걸어가셨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런 일입니다. 복음적인 길을 걷고자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고통과 괴로움, 박해와 시련이 뒤따릅니다.

 

결국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길은 이 세상에서 손해보는 길, 이 세상에서 바보처럼 사는 길,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고통의 가시밭길입니다.



2,237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