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모이세의 아, 바, 행(도보성지순례기공세리에서 여사울까지)-첫번째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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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수 [pgsmoses] 쪽지 캡슐

2007-08-27 ㅣ No.496

 

모이세의 도보성지순례 첫 번째 여정 (공세리에서 여사울까지)


  오래 전부터 도보로 성지순례를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백두대간을

  2년 동안 하면서 하느님 선물로 주신 대자연 속에서 “비움”에 대한 묵상을 하였다.

  그래서 “비움”을 실천한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갈 용기를 얻었다.

 

  대간 길을 떠났던 매월 둘째 주에 성지순례를 하기로 하였다.


   신앙의 못자리인 내포지역을 1차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1. 공세리 - 신평 - 솔뫼 - 합덕성당 - 여사울

      2. 여사울 - 신리 - 베나드리 - 덕산성당

      3. 덕산성당 - 한티고개 - 해미

      4. 덕산성당 - 홍주읍성 - 광천성당

      5. 광천성당 - 갈매못

      6. 갈매못- 청양 다락골 줄 무덤 - 청양성당

      7. 청양성당 - 공주 황새바위

      8. 황새바위 - 수리치골

      9. 수리치골 - 요골공소 - 천안     (금북정맥)

     10. 천안 - 성거산 성지 - 배티 성지 (금북정맥)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및 일요일 (상황 따라 변경한다)


 공세리 성지에서 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첫 발걸음을 시작할 때는 항상 두려움이 앞선다.


7월15일 연중 제 15주일

05:00 모산 출발

05:30 공세리 성당 도착 (데레사는 차를 회수하여 돌아감)

       묘지 참배

05:40 성체조배

06:00 미 사  신부님 강론 : 착한 사마리아 사람

                        * 나의 이웃은 누구인가?

                        * 나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었나?

                        * 이 도움을 외면하지는 않았나? 묵상하여 보세요?


06:55 미사 후 신자들과 인사하시던 신부님께서 물으셨다.

    “ 등산 가세요.”

    “ 아닙니다, 도보성지 시작하려고 합니다.”

    “ 참 잘 하셨습니다.”(엄지손가락을 세우시면서 힘을 실어 주신다)


   성당을 내려오는 데 수녀님께서

   “어디 가세요."

   “도보 성지순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 혼자서요 ”

   “ 네.”

   “ 조심 하세요” 하신다.

   인사를 드리고 오는데 수녀님께서 뒤에서 큰 소리로 “ 복 받으세요” 라고 말씀하신다.

  

   (뒤를 돌아서서 생각하니 나는 혼자가 아니고 주님과 동행하고 있기에 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과 수녀님 짧은 만남과 대화였지만 도보 성지 순례여정에 축복을 주시니 힘이 솟으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감사합니다.


07:00 공세리 성당 출발

08:00 칡꽃과의 만남

     삽교호 입구까지 오는 동안 길가에 피어 있는 칡꽃이 고운 자태로 발걸음을 붙잡으며 유혹한다.

    이 유혹에 못 이겨서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어 담아 본다.


     우리가 주님의 길을 따라가는 데는 무수히 많은 유혹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봐주는 이 없는데도 피어나는 들꽃들......

     마치 순교자의 삶처럼.......

       

08:40 삽교호 방조제

     삽교호 방조제 뚝 길을 걸어가는데 바람은 솔솔 불고 멀리 광덕산, 가야산 등이 보이고 하늘은 가을

     처럼 높다.  

     삽교호 방조제에서 오두막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발걸음 옮겼다.

     이곳은 나룻배로 고기 잡는 어부들의 쉼터이었다. 두 분이 계셨기에 대화를 나누었다.

      “ 고기가 많이 잡히나요.”

      “ 숭어가 조금 잡히는데 여름철이라 회를 먹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 산에 다니나요.”

      “ 네”

      “ 내 친구들은 산에 산삼 캐러 다니는 데 그냥 다니지 말고 산삼을 눈여겨보세요.

      “ 평택 항이 생기면서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 아산만은 황금어장이었는데 삽교호 방조제를 막아서 이 어장이 사라졌다.

        또  평택항을 위해서 방파제를 설치하였다.  그곳 개펄에는 맛살이 엄청 많아는 데 지금은

        사라졌고, 지금 남은 이 어장도 보장 할 수 없어 ........

       “ 배운 것이 고기잡이인데 이 어장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질 몰라……

         나이도 먹고 배운 것이 도둑질인데……. 하시면서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시었다.”

         당신들이  고기 잡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을 더 걱정하시었다.”


         한분은 평택에서 오셨고 한분은 아산 영인에서 오셨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면 전화하고 오라고 했다.

         배에서 잡은 싱싱한 회를 싸게 먹을 수 있다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셨다.

 

  9:15 어부와 헤어짐

  9:40 도평 사거리 도착

        우렁이를 이용한 식당이 많았다. 이곳에서 좌회전 하면 솔뫼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신평이다.

        도평에서 조금 지나서 옛길로 길을 잡았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  되었다.


  10:10 신평 성당에 도착하여 묘지 참배

        사무실에 가서 사무장님에게 솔뫼 가는 길을 물어봤다.

         “ 솔뫼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 오시던 길로 가시다가 우회전하세요. 622번 도로입니다.”

         “ 감사합니다.”

         “ 오신 길에 조금 쉬어다 가세요. 드릴 것은 없고 물이나 드리겠습니다.”

             (생수 한 병을 주셨다.) 은총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10:40 신촌리 정류장에서 도시락을 먹고 옷 반바지로 갑아 입었다.


   11:00 부장리 갈림길에 도착하여 지름길을 생각하고 길을 물어봤다.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농기계 수리점에서 일 하시는 아저씨를 발견하고  다가가서

         “솔뫼 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저씨는 하시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오시어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자세히 설명하여 주신다.)

         “감사합니다.”


         끝없는 들판에 그늘이 하나도 없다.

         들판을 걸으면서 내포 뜰이 이렇게 넓다고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열에 아스팔트길은 화끈거린다.

         이제 서서히 발바닥에서 불이 나기 시작한다. 묵주기도도 자꾸 헷갈려서 틀린다.


   11:50 솔뫼 길을 재 확인

         우강초등학교 앞에서 도착하였다. 길은 사거리다.

         좌회전 하라고 부장리 농기계 수리점 주인이 알려 주시어지만 혹시나 해서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물어 보았다.

        

         사도 토마스가 생각이 낫다. 혹시나 하는 의심에서......  

      

   12:05 솔뫼 성지도착

         김대건 성인의 동상 앞에서 ‘성인을 위한’ 기도를 바쳐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닦고

        기념관 성당으로 갔다. 막 미사가 끝나서 순례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12:10 기념관 성당 성체조배

       성당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여정을 묵상하였다.

       성물 방에서 도보성지 순례지도를 구입하고 물어 보았다.

       “ 성당 문을 언제나 개방하나요.”

       “ 미사 시간 외에는 개방하지 않습니다.”

       “ 성체조배를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 불가능합니다.”


       전시관을 둘려보는데 성 김대건 신부님의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늦게 가서 그런지 잠깐 만에  끝나고 전시관을 둘러보려고 하는데 전등이 꺼지자

       순례자들 당황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이 사람이 아직 나가지 않다고 말하자 다시 전등스위치를 올렸다.

       순례자들이 서둘러서 전시관을 나오자 문을 잠가버려다.

       ( 단체 순례자들에게만 개방한다고 한다.) 


        점심시간 때문일까?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웬 일일까?

        기념관은 예술적이고 아름다운데 사람의 마음의 문은 아직도 이 철문처럼 열려있지 않은 것 일까?

        너무나도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여서 이제는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오는 순례자에 대한 배려가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밖으로 나와서 생가 나무 그늘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생가를 보면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선조들의 신앙적인 삶을 묵상하여 보았다.

           

        배낭을 꾸미고 사진을 찍다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아름답다.

        기념관 지봉에는 이상한 것이 있었다. 이 정체를 자세히 살펴보니 CCTV 이었다. 

        이제 하느님 집에도 감시 카메라가 등장 하였구나.....


        주님 당신도 이제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 일거수일투족 기계의 통제 속에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시니까?


       기념관 주변을 흐르는 물속에 발을 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갈증이 나서 먹는 물을 찾아 다녀짐만 물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성당에 문을 살며시 밀어 보니 문이 열렸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성체 앞에 앉아 있는데 좀 전에 전시관에서 있었던 일들로 분심이 들면서

       머리만 혼란하였다.


         모든 것은 주님이 판단하리라 믿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13;50 솔뫼 성지 출발

      성지에서 나와 농로 길로 좌회전하여 합덕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622번 도로가 나왔다. 이 초복 더위에 갈증은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유소에 들어갔다.

      “ 물을 얻어  먹을 수 있습니까”

      “ 먹는 물이요 사무실에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 한 병을 주셨다. 얼마나 고마운지,

      “ 감사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생각났다. ( 루가10,25~37)

      나는 내 이웃에게 어떻게 대하였는가?

      사제처럼 권위를 갖고, 레위인처럼 방관자로, 사마라아인처럼 따뜻하게 필요한 것을 주었는지를

      묵상하면서.......

      나의 이웃이 필요한 것을 이 주유소 주인처럼  주었는지 반성하여 보았다.


      나의 이웃은 누구일까?


14:40 합덕성당 도착

      수돗가에 가보니 세수 대야가 있었다. 찬물을 대야에 받아서 불난 발을 냉 찜하였다.

      한 숨을 돌리고 나오니 사무장님이

      “ 어떻게 오셨나요.”

      “ 성지순례 왔습니다.”

      “ 점심은 먹었나요.”

      “ 도시락으로 먹었습니다.”

      “ 성체 조배를 할 수 있습니까?”

      “ 예 성당 문이 열려 있습니다.”


     묘지를 참배 하고 성체 앞에 앉아 있는데 유리 벽면으로 빛이 발하여 찬란히 빛났다.

     주님의 나라는 이 모습일 것이다. 황홀경에 빠져들면서 지금까지 힘든 여정이 말끔히 사라지면서

     고향집에 온 것처럼 편하였다.


   ‘사람이 만 일보 천하를 다 얻을지라도 제 영혼에 해를 받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


     제대 위 천장에 이 말씀이 쓰여 있었다.

     나는 만 일보 천하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가? 아니면, 내 영혼을 위해서 바치고 있는가?


     며칠 전 새로이 받은 직분에 대하여 묵상하였다.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주님께서 내 안에서 활동하시며 나의 청을 거절한 적이 없는

     나는 새로운 직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님께 투정부렸다. 인간적으로 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꾸료실료 교육을 받은 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본당 내 활동도 거의 없는 나를 선택하였습니까?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나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처럼 공동선을 추구하면 될 게지.

  

     주님의 계획을 어쩔 알 수 있으리오 기도하며 묵묵히 받아들이고 따라가면 될 것인데.


     주님처럼 맛있는 빵이 되라고 하시나.

     무엇이 두려우리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을.......  


15: 15 합덕성당 출발

15: 45 신리 성지 갈림길

      여사울이 왜 이렇게 멀까? 다리도 아프고 힘도 빠지고 없다. 그러나 이 길은 신앙의 선조들께서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기쁨 마음으로 걸어갔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구양교를 지나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차를 타고서 가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다.


         “주님 여사울까지 순례 여정을 무사히 마치도록 이끌어 주소서!”


16: 30 여사울 도착

     여사울 이존창 생가 터에서  묵상하고 있는데  조금 전에 걸려온 전화 때문에 혼란하였다.

     십자가 길을 산책하면서 묵상을 다시 시도했지만 되지 않는다.

     성심상 앞에서 오늘 순례여정의 마무리 기도를 드렸다.

 

       “주님 감사합니다.”

 

 16: 50  여사울에서 순례 첫 번째 일정 마치다.


     신례원으로 귀가하기 위하여 버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주변에 계시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신다.  

     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을 흔들어도 태워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택시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택시가 섰는데 아이들과 놀러 갔다 오는 길 이였나 보다.

     택시 안에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조금은 미안하였다.

     택시를 이용하여 신례원에 도착 (택시비5000원) 신례원에서 신창으로 하여 모든 일정을 마쳤다.


     첫 번째 여정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나의 이웃에 대하여 묵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천칠년  칠월   

                                         배방산 아래에서 박근수 모이세   (*아, 바, 행 - 아름다운 바보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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