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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아이들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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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7-17 ㅣ No.5144

7월 18일 연중 제 15주간 금요일-마태오 12장 1-8절

 

"사람의 아들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

 

 

<싱싱한 아이들의 얼굴>

 

오늘 공휴일인 제헌절을 맞아 외출 못 나가는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계속 저를 졸라댔습니다. "신부님, 점심 먹고 제발 저희랑 같이 운동 좀 해요."

 

약간 피곤했지만 아직 외출도 못 나가는 아이들 보기가 안쓰러워 큰 마음먹고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기뻐들 하던지.

 

그런데 제가 또 좀 오버를 하고 말았습니다. 체력이나 나이도 생각해야 됐었는데, 아이들과 똑같이 전반 1시간, 후반 1시간을 뛰었더니 정신이 다 몽롱해졌습니다.

 

수고한 아이들을 위해서 수도원 대문 건너 "코너슈퍼"에 가서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잔뜩 사다가 풀어놓았더니 다들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그늘 아래 옹기종기 앉아 썰렁하면서도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니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싱싱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기분이 얼마나 상쾌했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출소나 경찰서에서 "그런 데는 죽어도 안 들어가요"라고 소리를 지르던 아이들이었는데, 다시금 풋풋하게 되살아난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며 "인간"이야말로 가장 투자해 볼만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비실비실한 젊은이에서 건강한 젊은이로 변화되어 가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땅이나 증권, 아파트에 투자해서 얻는 이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득이란 것을 체험합니다.

 

한 아이가 지난 세월의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이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예수님의 모상인 인간, 예수님이 가장 사랑하시는 인간이 안식일의 주인이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예수님이 안식일을 비롯한 모든 율법의 주인공이십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모상인 인간 역시 안식일 규정을 비롯한 모든 율법의 주인공입니다.

 

안식일 규정을 비롯한 모든 모세법의 핵심은 인간입니다. 안식일 규정과 율법은 하느님께서 극진히 사랑하시는 인간을 위해 마련해주신 선물인 것입니다

 

따라서 비복음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그리스도적인 율법은 진정한 율법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겠습니다.

 

당장 눈앞에서 고통받고 죽어 가는 한 인간을 무시하는 율법은 제대로 된 율법이 아닌 것입니다. 한 인간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거나 성장시키지 않고 꼼짝못하게 속박하는 율법은 개정되어야할 율법인 것입니다.

 

진정한 율법은 한 인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 인간을 변화시킵니다. 한 인간을 성장시킵니다. 한 인간의 인생을 활짝 꽃피어나게 합니다. 결국 한 인간을 하느님 앞으로 인도하는 도구가 진짜 율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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