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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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원 [beda-kim] 쪽지 캡슐

2013-11-18 ㅣ No.945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


연중 제28주일(루카 복음 17장 11~19절)

예전에 이은결 씨가 하는 마술쇼를 본적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는데요. 인상 깊었던 장명이 있었습니다. 뭐였냐면 그가 아프리카에 가서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보통 우리에게 마술을 보여주면 그 안에 숨겨진 속임수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죠. ‘너가 왼손 봐 내가 오른 손 볼게..’ 하면서 ‘마술이 아니라 눈속임이다..’ 하는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전혀 달랐습니다. 대단한 마술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때 우리들이 많이 써 먹었던 것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 두 개를 붙였다 뗐다.. 하면서 엄지손가락이 떨어졌다.. 하는 거랑, 한손을 움켜쥐고 그 안에 다른 손 손가락이 있는 거처럼 보여줬다가 다른 손을 빼면서 손가락이 그대로 있네.. 하는 그런 단순한 것만 보여줘도, 아프리카 아이들의 눈은 뭔가 대단한 걸 봤다는 듯이 놀라며 신기 해 합니다. 그 눈빛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맑았던 거 같은데요. 우리와는 다른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것은 정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인 거 같습니다.

선교를 나간 신부님들도 그런 눈빛을 보며 발전된 나라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어떤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태석 신부님도 수단 톤즈 사람들에게 더 내어주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그들의 눈에는 감사함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이태석 신부님이 고심해서 만든 나병환자들의 신발과 그것을 받았을 때의 그들의 감사함을 담은 눈빛, 학교를 짓고 음악을 가르쳐 주고 함께 미사를 봉헌할 때 그들이 전에는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하는 데서 오는 기쁨과 감사함을 담은 눈빛과 모습.. 그러한 것들이 이태석 신부님에게 더 나누어주고 베풀고 싶은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거 같습니다. 지난 번에 사제 평생 교육 때 어떤 분의 강의를 듣는데 공무원들의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거가 아닐까.. 추측을 하시더라고요.

 

복지에 관련된 공무원들이 일하면서 업무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데 업무의 부담보다 더 힘든 것은 사람들에게서 ‘감사하다..’ 는 인사조차 받지 못할 때 일의 보람도 없고 기쁨도 없고 의기소침함으로 일의 무게에 더 짓눌리게 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라에서 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왜 더 주지 않느냐.. 이 번에 이게 뭐냐..’ 하면서 불평의 소리를 할 때가 더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업무의 부담이 그들을 피로하게 만드는 거겠죠.

저도 보좌 1년차 때 그런 느낌을 청년들에게서 받았던 거 같습니다. 2년차 때는 청년들이 알아서 술값이나 밥값을 걷어서 돈을 거의 안 썼었는데요. 1년차 때는 모이면 제가 내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는 처음에 제가 계산을 하면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니까 잘 먹었다는 사람도 감사하다는 사람도 없어지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으로 술값이나 밥값을 내려면 그래도 나름 큰 결심을 해야 하는 건데 그걸 알아주지 않으니 조금 서운했던 거 같습니다. 감사하다.. 는 말 한 마디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아이가 감사한 마음과 그 마음을 어버이날이나 다른 날에 기억해 주고 표현해 줄 때 ‘아이들에게 한 없이 퍼줘도 아깝지 않다..’ 하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그 동안의 희생이 희생처럼 여겨지지 않는 그런 기쁨과 보람이 있을 텐데요.

그러한 모습을 하느님께서도 보기를 바라시는 거 같습니다. 테살로니카 1서 5장 18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대로 우리가 받은 선물에 대해서 감사하기를 바라십니다. 또 그 모습을 보시고 흐뭇 해 하시리라 생각하는데요.

때로 우리는 받은 게 뭔지도 모를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어제 놀러 오신 자매님 중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잘 사는 동네에 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훈계할 일이 있어서 이런 말을 했다. ‘너네 부모님이 열심히 벌어서 학비 내 주는데 열심히 해야지...’ 하는데, 그 중에는 자기 부모님이 그 동안 돈을 내 준 사실 조자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 돈을 직접 계좌이체인가... 지로인가.. 하는 걸로 보내다보니 아이는 부모가 돈을 내주고 있는 것 조차 모르고, 알지 못하니 감사도 못하고 있었다는데요.

우리도 그와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어떤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지 의지적으로 들여다보고 되돌아보지 않으면, 금새 감사보다는 불평을 늘어놓거나, 은혜를 모르는 교만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감사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것을 베풀어 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봅시다.

- 김기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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