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함세웅신부님 전상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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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철 [mchung] 쪽지 캡슐

2004-05-05 ㅣ No.1529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구현사제단과 함세웅신부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아무도 감히 입도 열지못하던 독재시절 처벌을 각오하고 우리 모두를 대신해 저항하신 한마디로 정의롭고 용감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박종철사건, 부천서 성고문사건등 숱한 독재의 횡포가 흔적도 없이 역사속에 뭍였을것입니다.  카톨릭뿐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역사에 빼놓을수 없는 한획을 그었고, 아마도 실질적인 최초의 시민단체 였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훌륭한 단체와 함신부님께서 요즘 세간의 논쟁의 한가운데로 가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과거 독재시절의 함신부님과 정의구현사제단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국민의 주시속에 100%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행적은 일부는 지지하지만 반대도 상당한 상황입니다.  최근의 행적이란,

 

1. KAL기 폭파 조작의혹 제기

2. 송두율교수에 대한 안중근 기념사업회의 수상 결정

3. 추기경님에 대한 발언 입니다.

 

KAL기 사건이나 송두율사건은 어쩌면 영원히 승패가 갈리지 않을 승부같은 성격이 있습니다.  서로 명백한 증거는 없이 추정과 상황적 증거만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셈이니까요.  이건 천주교의 기본인 "보편타당성"에 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이 개념은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아니하고, 균형감각을 갖고 대처한다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명백하지 아니한 것은 심증은 있어도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되는 것 하나도 없다라고도 들릴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타당성이란 단어 자체가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염두에 두어야한다는 뜻 아닙니까?

어차피 정의구현사제단이나 함신부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천주교의 범위에서 하시는것 아닙니까?  비록 교구의 합법적인 승인이 없다해도 "사제단" "신부"라는 명칭 자체가 카톨릭의 범주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분쟁의 대상이 되는 정치적인 이슈들은 이제는 신부님이 아니더라도 언론, 시민단체등 너무나 많은 자유분방한 발언들이 가능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말해 과거 독재시절처럼 다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모두가 무서워 침묵하는 시절은 아니지 않습니까?  신부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그런 정치적인 논쟁은 다른 분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신부님은 신부님이 맨처음 신부가 되셨을때 결심하셨을 그런 일들, 즉 신부님 본래의 고유한 업무들,을 하시기 바랍니다.

 

추기경님 관련 발언도 그렇습니다.  신부님께서 추기경님의 발언에 대하여 의견을 밝히시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표현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문제가 되는 표현들은,

 

1. 시대의 징표를 잘못 읽으신다

2.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자는 말은 독재정권들이 하던 말이다

3. 시대착오적이다

 

1. 시대의 징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읽을수 있습니까?

제 생각에 정답은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그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식별하고 읽으시겠지요.  각자가, 지식인이, 자칭 선각자가, 나름대로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지만,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한마디로 극히 주관적입니다.  함신부님이 보신 시대의 징표는 무엇이며, 그걸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그 의견을 모든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함신부님의 견해와 추기경님의 견해가 다른것 뿐입니다.  누가 맞고 누구는 틀리다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2.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자는 추기경님의 말씀은 독재정권들이 하던 말이다는 표현은 아마 독재와 불법으로 만든 법(실질적으로 잘못된 법)을 가지고 법을 지키자는 모순이 아니냐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물론 일리가 있습니다.  저는 추기경님이 탄핵에 대한 그분 나름대로의 찬성, 또는 반대의 의견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분은 당신의 의견을 강조하시기 보다는 이 나라가 우리 민족이 전체의 관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를 늘 생각하시고, 조언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미국에 잠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실상 그 시절이 저를 반미주의자로 만들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을 수없이 겪으며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심정적으로는 반미이지만, 저의 대외적이고 공식적인 견해는 반미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대남 적화통일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에 하나 정말 남침을 감행한다면 우리의 힘만으로 북한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저는 생각지 않습니다.

북한이 쳐들어올 리가 없다고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아무리 상황이 그럴 가능성이 낮다해도 만에 하나의 그 가능성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닙니까?

 

개인적으론 번지점프, 마라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내가 죽으면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후에는 일체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극히 낮은 가능성(모험적 운동하다 죽을 확률)때문에 겁이 나서 못하는겁니다.  겁이 나는건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애정과 조그마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추기경님도 당신 개인의 견해보다는 민족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계신겁니다.  개인의 의견과 책임질 리더(가장, 본당신부, 대통령, 사장....)로서의 견해가 다를때, 책임감있는 사람은 리더로서의 선택을 하는겁니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자연스런 일 아닙니까?

 

3. 시대착오적이다고 평해서 듣기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신부님 꼭 그런 표현 이외에는 추기경님을 평할 단어가 없었습니까?  함세웅신부님도  과거에는 총명하시고 정의감이 강한 훌륭한 분 이셨는데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분이 되었다라고 누가 표현하면, 사실이 그렇더라고 기분이 좋으십니까?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라는 표현은 공격적이고 비난의 의도를 가진 부정적인 표현입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 추기경님이 사시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어차피 변화를 인정할수 밖에 없는 차이가 있다.  과거를 살던 세대들이 그 시절의 사상이나 철학의 범주안에서 생각하고 행동 할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듯이, 똑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의 생각과 행동 역시 미래 지향적일수 밖에 없다.

 

물론 말이 길어졌지만 이렇게 조금 완곡하게 표현한다면 전혀 함신부님의 인터뷰가 문제가 되지 않았을겁니다. 그러면 62세인 함신부님께서 그런 표현이 문제가 될 걸 예상 못했다면 이해가 되지 않고, 무슨 다른 의도가 있지나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 부분은 다음 글에서 쓰기로 하지요.

 

글이 길어지면 지루해질것 같아 일단 마치기로 합니다.

미처 못다한 말들은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명철 베드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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