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2주간 목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1-19 ㅣ No.109488

설득이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첫째는 로고스입니다. 이는 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와 증거를 이야기합니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으니 우산을 준비하라고 하면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실적이 올랐으니 상여금을 준다고 해도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로고스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깁니다.

설득에는 두 번째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파토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에게는 논리적인 설명은 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서 보듬어 주는 것이 더욱 큰 위로가 됩니다. 지금 목이 마른 사람에게 물이 우리 몸에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시원한 물을 한 잔 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설득에는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설득의 3번째 요소는 에토스입니다. 예전에 미국제품이라면 튼튼하고 좋다는 신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힘과 권위를 믿기 때문입니다. 삼성제품이라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 역시 삼성이라는 기업이 가진 능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곧 정치의 계절이 올 것 같습니다. 논리와 이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지도자가 있을 것입니다.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지도자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저 사람이면 이 나라를 맡길 수 있겠다.’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우리는 히브리서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히브리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모독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베들레헴에서는 위대한 예언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대사제라고 설명을 합니다. 히브리인들은 바오로 사도의 논리적인 설명,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마음에 이끌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지녔던 진정성, 바오로 사도가 보여 주었던 율법에 대한 열정, 바오로 사도가 지녔던 인품을 보았을 것입니다.

 

신자분들이 원하는 사제도 그런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사목을 하는 신부님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신자들을 위로해 주시는 신부님들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신자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제는 신뢰와 사랑을 드릴 수 있는 덕과 인품이 있는 사제라고 생각합니다.

 

교구의 사제가 곧 1,000명이 됩니다. 모두가 맡겨진 직무에 충실하면 좋겠지만 어떤 분들은 건강 문제로, 어떤 분들은 성격 문제로, 어떤 분들은 과도한 음주 문제로, 어떤 분들은 정신적인 문제로 휴양을 하게 됩니다. 본인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들은 휴양을 통해서 아픈 것들을 치유하고 사목의 현장에서 다시 신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아픈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것을 설득하는 것도 힘들고, 휴양을 했어도 다시금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제들은 신자 공동체와 함께 지내기 때문에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기에 신자들에게는 건강한 사제가 필요합니다. 아프고 지친 사제들을 위한 치유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덕망이 있는 원로 사제가 함께 지내면서 전문적인 심리치료사, 상담가들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사제로 살아가면서 많은 경우에 주님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주님께서 하신 방법을 따라 하기보다는, 나를 위해서,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살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움켜진 손을 펴 주셨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명예, 권력, 자존심, 욕심이런 것들을 움켜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움켜쥐면 쥘수록 우리는 세상에서 덮쳐오는 풍랑을 이겨내기 힘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 주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가면 우리들 또한 풍랑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버리는 삶입니다. 주는 삶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352 8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