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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논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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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estherlove] 쪽지 캡슐

2010-07-17 ㅣ No.57374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15주간 토요일 - 논쟁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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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때 저의 입학 동기와 우연찮게 별것도 아닌 것에 관해 논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파도가 치는 이유가 달의 인력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신학생은 바람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파도에 비해선 바람이 그렇게 세게 불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구과학 시간에 파도의 원인 중에 달의 인력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래사장 위에 그림을 그려가며 달의 인력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생기고 그 이유 때문에 파도가 생기는 것이며 바람도 물론 파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달의 인력만큼은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친구는 바람 때문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저의 논리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어느 정도는 설득을 당하였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신학생이, "둘 다 맞아."라고 하며 중재를 해 주었고 저는 완승을 거두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그렇게 토론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어느 날 본당 신학생들끼리 섬에 놀러갔습니다. 나오려는 날 일기예보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높겠습니다."

그 날 머리 위로 솟구치는 파도 속에서 작은 통통배에 몸을 맡기고 그 섬에서 빠져나오며 달의 인력보다는 바람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논쟁에서 반드시 옳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곳으로 당신을 숨기십니다. 왜냐하면 유대 지도자들이 그 분을 죽이려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논쟁 하셔야 할 때는 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기본 생각은 논쟁이나 박해를 우선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어리석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박해를 받거든 우선 그 곳을 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마을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다른 마을로 도망쳐라. 사람의 아들이 오기 전까지 너희는 온 이스라엘을 돌 수 없을 것이다." (마태 10,24)

만약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도망치지 않고 모두 잡혀 죽었다면 교회는 그렇게 온전한 빛도 못 보고 끝나버렸을 것입니다.

또한 예루살렘의 박해 때 예수님의 제자들이 당당히 그 곳에서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사도들이 한 명도 남아있지 못하고 교회가 위태로워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해 때 사도들은 인도,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지로 퍼져나가 각자 전도하는 곳에서 순교하셨습니다. 마치 모닥불을 흩어놓은 것과 같이 그 불씨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 각 지역에서 불을 지피게 된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께서 로마의 박해를 피해 달아날 때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래서 회개하고 다시 돌아가 순교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베드로가 순교하기 겁나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배반한 이후 완전해졌습니다. 다시는 그런 죄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평생을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수장으로써 자신이 죽으면 교회가 위태로워질 것을 생각하여 피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금이 순교해야 할 때임을 가르쳐주셨고 베드로는 그렇게 예수님의 뜻을 따라 순교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순교해야 할 때를 일러주신다면 우선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피하는 것도 지혜입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나 개신교 신자들이 여러 가지 천주교 교리로 논쟁을 하자고 덤벼들지 모릅니다. 논리적으로 하자면 그 사람들이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웬만하면 논쟁은 피하십시오. 어차피 그렇게 달려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나의 스트레스만 쌓일 뿐입니다. 논쟁을 피하는 것도 어쩌면 지혜입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박해하는 자들을 피해 조용히 산골로 들어가셨고 그 분을 따를 사람들은 예수님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나 자전거, 리어카 등의 바퀴에는 바람을 넣습니다. 충격을 흡수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공기는 충격을 흡수해 줍니다. 자동차의 바퀴에 바람을 넣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굳이 이득 없을 논쟁을 하여 불필요한 충격을 자신에게 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이태리에 처음 유학 가서 말도 잘 못 할 때, 이태리 신학생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니네 나라 기차 있어? 니네 나라 차 만들어?"

저는 기차도 있다고 하고 이태리에 많이 다니는 한국 차의 이름도 몇 개 대어 보았습니다. 그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해도 받아들일 의지가 전혀 없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신학생들도 그 이후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피할 땐 피하는 것이 어쩌면 뱀처럼 지혜로운 것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논쟁은 피하십시오. 논쟁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강요는 사랑이 아닙니다. 복음은 선포되어지고 나머지는 그 복음을 듣는 사람들의 자유에 맡겨져야 합니다.

 

 

 

 
 
< 기뻐하라 내 영혼아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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