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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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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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10-24 ㅣ No.58165

 

 아버님의 동기간 모임이 있습니다. 제가 10살 때 보았으니 30년은 넘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작은 아버님, 어머님, 고모님, 고모부님 이렇게 모이시는 분들이 20여분 되십니다. 어릴 때는 어르신들께서 모이시는 것이 좋았습니다. 넙죽 절을 하면  용돈도 주시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운동장이 커다랗게 보이듯이 제 눈에 어른들의 모습은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중학교 들어가고, 저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아버님 동기간 모임을 잊고 있었습니다. 시골로 가시기도 하고, 서울로 오시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저 어른들의 일이려니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어르신들 중 몇 분은 하느님 품으로 가셨고 오늘 의정부 집에서 모이신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30년의 시간 속에 저도 40이 넘었고, 어르신들도 이제는 70이 넘고 80이 넘으셨습니다. 어릴 때 어르신들이 모이시면 맛있는 음식도 있었고,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시고, 제 또래의 사촌들이 와서 신났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바쁜 일들을 정리하고 어르신들이 계신 의정부 집으로 가서 절을 올리고 모습을 뵈니 모두들 할아버지가 되셨습니다. 주름도 느셨고, 이도 빠지셨고, 고우셨던 작은 어머니께서도 영락없는 할머니셨습니다. 아직은 건강하신 모습을 뵈오니 마음으로 기뻤습니다. 오랫동안 건강한 모습으로 동기간의 정을 나누시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제 생활을 하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제는 서품을 받으면서 하느님을 따라 성도 하씨로 바뀐다는 이야길 하시는 어른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정말 바쁘기 때문에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느라 가족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게으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북한의 핵문제, 이라크 파병 문제, 정치인들의 고해성사 이야기, 경제문제, 자살 문제, 교회 문제 정말 많은 문제들을 이야기 하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하고, 어른들을 생각하며 가족들과  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 한 젊은이가 수도생활을 하겠다고 하면서 ‘추천서’를 써달라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 하다가 두 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수도 생활은 순명이 중요하다. 어떤 자리에 가는 것에 의미를 두지 말고, 어떤 자리에 있든지 그곳에서 의미를 찾으면 좋겠다. 수도 생활을 하면서 도를 깨우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도를 깨우쳐도 하느님의 크신 뜻을 인간의 힘으로 다 알 수 없다. 조금 알게 되었다고 세상을 바꿀 듯이 나서지 마라. 알면 안다고 느낄수록 겸손하면 좋겠다.”

 

 이야기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럼 이제 ‘아버지 신부님’이 되시나요?

아직 젊은데 그런 이야길 듣는 것이 어색했지만 돌아보니 제게는 가족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지냈던 본당의 교우 분들이 다 가족이고, 제가 추천서를 써 드린 분이 다 제 가족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많은 가족들이 제 옆에 있습니다.

또 그분들이 저를 위해서 기도 중에 기억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납니다.

 

 굿 뉴스와 함께 하는 모든 분들도  가족이구요...

가족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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