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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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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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6-25 ㅣ No.3792

6월 26일 연중 제 12주간 수요일-마태오 7장 15-20절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토마토>

 

이면도로가 생기기 전 저희 수도원 뒷마당은 꽤 넓은 밭이었습니다. 돌아보니 그 때가 좋았습니다. 추위가 채 덜 가신 이른봄부터 형제들과 아이들이 합심해서 땅을 뒤집어 거름을 묻곤 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흙덩이를 잘게 깨고 잔돌을 골라내면서 이랑을 만들었습니다. 날씨가 좀 더 풀리면 씨앗을 뿌린다, 모종을 옮겨 심는다 바빴습니다. 그때 당시 토마토를 주로 많이 심었는데,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크게 자라난 토마토 모종에 지지대를 세워 주고, 잡초도 뽑고, 물도 주면서 그렇게 여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수확을 거두기 시작하는 날, 손끝으로 맛보는 결실의 기쁨은 이 세상 어떤 기쁨보다도 큰 것이었습니다. 마치도 자식이라도 태어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매맺는 삶을 살아갈 것을 요청하십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열매맺는 삶을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고상한 척, 품위 있는 척하며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는 절대로 윤기 흐르는 빨간 토마토를 손에 쥘 수 없을 것입니다.

 

잘 익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려야 합니다. 싫지만 냄새나는 거름도 옷에 묻혀야만 합니다. 결실을 위해서는 땀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를 위한 결실, 영원한 생명이란 수확을 위해 한평생 비지땀을 철철 흘리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에게 주실 구원이라는 가장 값진 열매를 거두기 위해 거름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란 시를 기억해봅니다. "나는 꽃이예요. 잎은 나무에게 주고

꽃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오늘 우리가 이 꽃과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받기만 했던 지난 삶을 접고 이제부터는 기쁘게 내어주고, 과감하게 양보하고, 기꺼이 포기하는 존재, 그런 양보와 포기를 통해 이웃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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