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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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생각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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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5-06 ㅣ No.51876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입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성모 성월을 맞이하면서 많은 본당에서는 ‘성모의 밤’을 지낼 것입니다. 성모상 앞에 초를 바치고 , 꽃을 봉헌하고, 함께 기도하고, 노래하면서 지낼 것입니다. 이 성모의 밤을 함께 하지 못하셨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지난번 성당에 있을 때 봉성체하는 분들은 3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역이 넓었기 때문에 차로 1시간 이상을 가야 했습니다.

요셉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타고 가시다가 논두렁에 경운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셔서 성당에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밭에 나가시는 경우에는 언제나 밥상에 십자고상과 초를 준비해서 방에 놓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박카스 1병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그 박카스 1병이 저에게는 힘이 되고 다음 할머니께 가는데 힘을 주었습니다.

 

 요셉 할아버지께서 동네 할아버지들과 친하신데 덕분에 수녀님께서는 매주 방문 교리를 하게 되셨습니다. 그렇게 방문 교리를 해서 그 마을에는 5분이나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벽 할머니와 함께 묵주기도를 하신다는 그 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다음 할머니는 모니카 할머니이십니다. 이 할머니는 평생 차를 타본 적이 없으셨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아들이 장가를 가는데도 못가셨다고 합니다. 그저 평생을 집 주위에서 떠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매달 할머니를 위해서 봉성체를 다니면서 할머니를 생각했습니다.

 

 그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사셨을 할머니, 그러면서도 늘 주님께 감사드리는 할머니, 행복은 무얼 많이 보고, 어딜 많이 다니는 것만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주어진 하루에 감사드리고, 만족하는데서 행복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봉성체를 갈 때면 계란을 주시던 할머니, 밭에서 막 가져온 고추며, 배추를 주시던 할머니, 제가 떠나가는 신작로에서 한참이나 손을 흔들며 바라보시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다음 집은 이제 20대 초반의 청년의 집입니다. 그 친구는 고 3때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그 뒤로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서 4년째 방에서 지내는 친구였습니다. 처음에 청년의 어머니와 누나가 성당에 나오게 되었고, 가정 방문을 통해서 그 친구를 알게 되었고 수녀님께서 방문 교리를 해서 세례를 받게 된 친구입니다. ‘마리노’란 세례명을 주었고, 그때부터 봉성체를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을 평생 돌보아 주어야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괴롭겠습니까!

 

 신앙을 가지면서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아들을 보면서 그래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던 그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평소에 말이 없으시다가 소주 한잔 마시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 생각에  눈가에 눈물이 맺히셨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저에게 봉성체는 주님을 모셔드리고, 환자를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을 만나면서 제가 위로를 받고, 제가 기쁨을 더 얻는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교구에 있기 때문에 봉성체를 다닐 기회는 별로 없지만 그동안 찾아뵈었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치매에 걸리셔서 며느리에게 많은 걱정을 주셨던 할머니, 중풍 때문에 15년 이상을 침상에만 있으셨던 할아버지, 어린 자녀들을 두고 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던 자매님, 학교를 간다고 갔다가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시던 어머니, 백혈병으로 얼굴이 창백해져가던 소녀가 생각납니다.

 

 그러나 더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환자들 주변에는 환자를 위해 기도해 주시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기 전에 먼저 가서 봉성체 준비를 해  주시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떠난 뒤에도 남아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시고, 벗이 되어 주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아름다운 5월입니다.

이 아름다운 날에 생각나는 분들이 누가 있는지요?

오늘 하루 그분들을 위해서 잠시 기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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