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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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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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12 ㅣ No.171438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요한 6,1-15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시는 예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과 ‘사람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제자들이 일하는 방식이 서로 극명하게 대조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방식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가며 애를 써봐도 늘 모자란 반면, 예수님의 방식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믿고 맡기기만 하면 충만하게 채워지지요.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제가 가까운 때에 많은 군중들이 당신께 다가오는 모습을 보십니다. 그들이 예수님께서 대놓고 무엇인가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마음 속에 예수님께서 자기들에게 뭔가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인간적인 기대와 바람을 지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아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특별한 빵의 표징을 통해 신앙적이고 영적인 깨달음을 주고자 하십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 일을 시작하시기 전에 그 일을 당신과 함께 할 제자들의 믿음이 준비되어 있는지 시험해 보시고자 그들에게 물으시지요.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제자들로 하여금 자기들에게 ‘빵’을 주시는 분이 누구신지, 자기들을 먹이시고 살리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깨닫게 하시기 위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필립보는 그런 예수님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수천명의 군중들이 조금씩이라도 받아먹게 하자면 빵을 2천만원어치 사도 모자라겠다’는 겁니다. 신앙적이고 영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세속적인 기준으로 ‘양’을 생각하고 ‘숫자’를 따지는 모습입니다. 자기에게 빵을 주시는 분은 바라보지 않은 채 세상의 도움만을 기대하고 바라는 모습입니다. 그런 마음은 안드레아도 마찬가지지요. 보리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기꺼이 내놓겠다는 아이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턱없이 모자라는 양을 누구 코에 붙이겠느냐며, 그런 소소한 봉헌으로는 군중들을 먹이는데에 아무 소용이 없다며 시니컬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이 실망스러울 법도 한데, 예수님은 그들의 얕은 믿음을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대신 그들이 작다고 무시한 그 봉헌물을 손에 들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의 모습에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있던 물음표는 곧 느낌표로 바뀝니다. 그 얼마 안되는 음식으로 수천명의 군중들이 배부르게 먹었을 뿐만 아니라, 열 두 광주리나 되는 많은 양이 남았던 겁니다. 믿음을 지니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충만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지요.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항상 부족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권능을 믿고 당신 뜻대로 하시라며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놓으면, 그분께서 당신의 능력으로 우리 부족함을 충만하게 채워주십니다. 그것이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아야만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도, 고통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루 하루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모습으로 성숙되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기도’에서 나오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그렇고 예수님께서 따로 시간을 내어 사람들이 없는 외딴 곳에 머무르신 것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확인하시기 위함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헤아리지 못하고 세상의 가치와 기준에만 얽매이게 됩니다. 그래서는 늘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 뿐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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