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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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은 독백 아닌 대화…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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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15 ㅣ No.833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 취임식서 이례적으로 강조… 잇단 '튀는 판결'에 경고성

"판결문은 법관만의 독백이거나 일방적인 선언이 아니라, 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해 마음으로부터 승복과 이해를 얻어내는 대화여야 합니다."

이성호(56·사법연수원 12기·사진)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14일 취임식에서 "'재판은 대화'라고 생각한다"며 한 말이다.

이 원장은 또 "그동안 법정에서 무심코 한 법관의 언행 하나가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얼마나 훼손시킬 수 있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법관의 언행뿐만 아니라 판결문의 표현 하나 때문에 재판부 진의가 왜곡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는 사례를 더러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각 재판부가 사법부 전체를 대표한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판결문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이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당부'를 한 것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잇따라 나온 '튀는' 판결과 법관 언행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는 무단 방북해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것에 대해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단순 참배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이라며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달에는 서울 도심 편도 4차로를 무단 점거한 행위에 대해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교통량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고, 한 재판부는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한 여성을 성추행한 시험관에 대한 파면 결정을 취소하면서 "응시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형사 항소심을 맡은 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두 개를 써왔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취임식 후 본지 기자와 만나 "법관은 혼자 판결문을 쓰지만 항상 당사자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판결을 접하게 될 국민과 대화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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