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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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음성, 에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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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9-07 ㅣ No.5442

9월 7일 연중 제23주일-마르코 7장 31-37절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 라는 뜻이었다."

 

 

<축복의 음성, 에파타>

 

우연히 어떤 신부님의 소중한 삶의 체험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체험을 통해서 우리 삶에 있어서 "잘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사제생활을 시작하신 지 15년 되는 무렵 이태리 피렌체 근교에 있는 "사제학교"로 연수를 떠나셨답니다. 그곳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사제나 부제, 신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작업도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 한번은 세탁소에서 작업을 하게 되셨는데, 당시의 체험을 아래와 같이 적으셨습니다.

 

"저와 같이 일하게 된 짝지는 17살의 앳된 예비신학생이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마치 아들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메니코라는 예비신학생은 슬로바키아에서 왔습니다.

 

그는 순하고 착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100% 일치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흙 묻은 옷을 손빨래하자고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기계로 빨래하자고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또 빨래를 밖에다 널자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OK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실내에 빨래를 널자고 하면, 동의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도메니코와 하는 세탁소 일은 평온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치도 굳건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저와 도메니코와의 일치가 진정한 일치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제 의견을 중심으로 일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 제가 의견을 말하면, 도메니코는 제 뜻을 따라주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일치해야 함을 깨닫게 된 저는 그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던 날, 도메니코는 무척 수줍어하였습니다. 그러나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기만한 소리로 자기 의견을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메니코의 뜻을 따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제 뜻을 중심으로 일하다가, 형제의 뜻을 중심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날 이후, 도메니코의 얼굴을 더욱 밝아졌고, 더 적극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는 자기 집안 이야기와 성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둘 사이의 일치가 깊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 것입니다"("일치의 표지", 권지호 신부, "그물" 통권 제 290호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 가운데 서있던 귀먹은 반벙어리를 당신 가까이 불러내셔서 그의 귀를 열리게 하여주시고 또 혀를 풀어서 말을 할 수 있게 치유의 은총을 베푸십니다.

 

"에파타(열려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오늘 우리들을 향해서도 유효한 말씀입니다. 사는 게 바빠서 하느님의 말씀에 전혀 귀기울일 줄 모르는 철저한 귀머거리인 우리들을 향한 경고의 말씀이 "에파타"입니다.

 

너무도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우리들을 향한 하느님의 간절한 외침이 "에파타"인 것입니다.

 

우리가 땀흘리며 살아온 지난 세월은 원망과 회한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가호 속에 이어져온 은총의 세월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려는 주님의 음성이 "에파타"입니다.

 

오늘 비록 고통스러워도 삶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자 가장 은혜로운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달으라는 주님의 권고가 "에파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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