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통진당에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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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15 ㅣ No.831

지난 5일 서울시청 앞 광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원·지지자 400여 명이 오후 2시부터 법무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청구를 반대하는 기습 집회를 벌였다. ‘긴급 정당 연설회’ 명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집회 신고 없이 이뤄진 불법 집회로 본다.

 오후 9시쯤 집회 참가자들이 광장에 천막 설치를 시도하자 절차를 거쳐 그곳을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저지에 나섰다. 통진당 집회 참가자 김모(36)씨가 서울지방경찰청 54기동대 이영찬 순경의 머리를 뒤쪽에서 가격하고 달아난 것도 그때였다. 비닐봉지에 싼 단단한 물체로 머리를 얻어맞은 이 순경은 왼쪽 뒷머리에 각각 1㎝와 3㎝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어 김씨는 또 다른 경찰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경찰 모자를 빼앗은 뒤 그걸 쓰고 거리를 활보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탐문수사와 폐쇄회로TV(CCTV) 확인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12일 오전 9시쯤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 혐의였다. 이날 오후 3시쯤 언론들은 김씨의 검거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통진당원으로 보도했다. “김씨는 경기 성남 중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당원으로 추정된다”는 경찰 보도자료를 인용한 거였다.

 기사가 나가자 통진당은 경찰서로 즉각 전화를 걸어 “체포된 김씨는 통진당원이 아니다. 기자들에게 당원이라고 하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는 불과 두세 시간 전의 상황과는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검거 직후인 낮 12시40분쯤 김미희(성남시 중원구) 통진당 국회의원의 비서관 임모(42·여)씨가 남대문경찰서로 찾아와 수사 담당자를 직접 만났다. 김씨의 변호사 선임과 관련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임씨는 김씨가 구금된 중부경찰서에도 들러 10여 분간 면회를 하고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임씨를 ‘누나’라고 부르며 “가족을 잘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진당은 김씨가 당과 무관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공동 대변인인 김재연 의원은 14일 김씨에 대해 “당원이 아니다. 의원들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진성 당원인지, 지지자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도피 중이던 지난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통진당 경기 성남중원지부 당기를 들고 앞장을 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대표의 ‘박근혜씨’ 호칭 발언이 나온 집회다. 비록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심판 사건이 계류 중이긴 하지만 통진당은 공당이다.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지나친 기대일까.

이유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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