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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평화공세 안 먹히자 … 이산상봉 18일 만에 역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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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4-01-25 ㅣ No.10153

잇단 유화책 다급한 북한 왜

북한이 24일 설 명절을 계기로 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들고나왔다. 또 같은 날 대남 공개서한을 통해 지난 16일 북측이 제의한 상호 비방중상과 군사 적대행위 중단 등의 방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먼저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으로 국방위 명의 공개서한을 내놓았고, 오후 6시엔 판문점 채널로 상봉 제안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 하루 동안 12시간의 시차를 두고 연거푸 대남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공개서한 12시간 만에 상봉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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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상봉 제안은 다소 의외의 시점에 나왔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설 계기 상봉을 북한이 “좋은 계절에 만나자”며 거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 국방위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행동으로 보이라’며 이산상봉 수용을 촉구한 지 불과 한 시간 반 만에 호응 전통문이 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 대남라인과 국방위가 평화공세에 공을 들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장성택 처형으로 잔뜩 긴장한 북한 노동당과 군부 인사들이 김정은의 교시(지침)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의 문책 등을 우려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북한 국방위는 오전 ‘남조선당국과 정당·사회단체, 각계 인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란 형식을 통해 “우리의 중대제안은 결코 남조선 당국이 떠드는 것과 같은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한은 또 “(대남 제안이) 동족을 대상으로 한 선전 심리전도 아니며, 그 무슨 새로운 도발을 전제로 한 구실이나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비뚤어진 여론이나 바로잡기 위해 내놓은 명분 쌓기는 더욱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그 무슨 급변사태나 체제의 불안정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정략적인 조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연이은 평화 제스처를 우리 측이 ‘위장 평화공세’로 받아들이자 이에 대해 해명하는 모양새다.

"행동 보여라” 촉구에 호응

 대남 제안 8일 만에 북한이 이런 해명성 서한을 보낸 걸 두고 우리 정부의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파상공세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안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자 북한은 서한에다 “뚜껑을 펼쳐보지도 않고 볼 것이 없다는 식으로 좋은 책을 내던지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읍소형 표현까지 담았다. 공개서한이 김정은의 ‘특명’에 의한 것임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을 언급했기 때문에 대남기구들은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평화공세를 둘러싼 남한 내 여론분열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당초 정부는 국방위 서한에 강경한 입장이었다. 통일부가 나서 “서울과 워싱턴을 최후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며 핵 공격 위협을 계속해온 걸 생각하면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이 최근 우리 측 비행장 등을 목표로 한 특수전 부대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대통령 ‘첫 단추’ 발언 의식

 하지만 이날 오후 갑작스러운 이산상봉 제안이 나오자 정부는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이산상봉을 ‘남북관계의 첫 단추’로 제시한 만큼 이산상봉 수용 없이는 대남 평화공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입장을 바꾼 것이란 게 정부 시각이다.

중앙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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