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도올과 김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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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khckhc] 쪽지 캡슐

2006-10-01 ㅣ No.2837

24일 KBS 1TV의 "도올의 논어이야기" 녹화장에서 도올교 교주 김용옥과 김수환 추기경은 대담에서 도올이 "기독교에 대한 믿음만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배타적인 복음주의적 전도가 다종교국가인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느냐" 고 하자, 김 추기경은 "천주교 전래 이전 우리에게 있었던 천의 개념을 하느님으로 수용한다" 면서 "불교를 믿든 무엇을 믿든 진실하게 인간을 사랑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작년 2000년 11월 30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성당에서 루터교 세계연맹과 로마 카돌릭교회가 만나 서명한 "가톨릭과 루터파 교회가 인간 구원에 관한 공동선언문’에서 밝힌 이신득의(以信得義)의 신앙고백과도 배치되는 이율배반적인 발언이다. 당시 두 교회는 공동선언문에서 "신앙은 구원에 필수적인 것이라면서 우리는 함께 인간 편의 어떠한 덕목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 예수의 구원과 은총에 의해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선언문은 쉽게 말해 인간의 구원은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간이 선을 행함으로써가 아니라 주 예수의 은총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기독교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구원론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명색이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고, 세계에서 교황 다음가는 고위 성직자 중의 한 사람인 추기경의 신분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아니라 무엇이든 진실하게 인간을 사랑하면(곧 선을 행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종교 다원주의적 발언을 한 것은 상식 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김추기경의 발언은 카돌릭 전체의 신학을 대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김추기경 개인의 신앙고백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로마 카돌릭의 세계 유일종교화를 겨냥한 전략적 발언인가? 만약 김추기경의 발언이 카돌릭 전체의 신학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앞서 루터교와 카돌릭간의 공동선언문 역시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포하는 것이며, 만약 김추기경의 개인의 신앙고백이 그렇다면 평생 예수 이름 하나로 명예를 누리고 고위 성직자까지 된 분이 끝내 자신의 예수를 팔아버린 가룟 유다가 되고 말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로마 카돌릭의 세계화를 겨냥한 전략이라면 기독교계(로마 카돌릭을 뺀)가 긴장해야 함은 물론이고, 기독교를 독선과 편견에 가득 찬 배타적인 종교라고 몰아붙이고 있는 김용옥씨와 그에게 동조하는 모든 무리들도 바짝 긴장하여야 할 일이다. 김용옥씨가 주장하는 진정한 종교 다원주의는 이 종교, 저 종교가 한 사회 안에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만약 로마 카돌릭이 세계 종교의 독점을 노려 모든 종교를 포용하려 한다면 이보다 더 다원주의 사회를 위협하는 시도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에 군국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동아 공영을 내세운 전략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이걸 단순한 상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아니다. 실제로 카돌릭의 꿈은 세상 모두를 카돌릭 교회 안에 끌어들여야 성총을 입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카돌릭의 단일종교의 음모는 모르긴 해도 역사적으로 AD 4세기경 콘스탄틴 대제 이후로부터 카돌릭과 이교도의 종교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되어 왔다. 그래서 카돌릭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선봉에 서서 전파되는 곳마다 어김없이 다른 종교와 섞는 전술, 이른바 종교혼합주의(religious syncreticism) 정책을 채택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카돌릭이 제사를 허용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카돌릭의 혼합주의 전략은 필연적으로 성경의 자의적 해석 또는 성경 권위를 인정치 않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김추기경이 성경의 권위를 인정한다면 오늘 이 같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일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자를 우리를 기독교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나는 왜 로마 카돌릭이 아닌가(Why I Am Not a Catholic)?"란 글을 쓴 피터 S. 럭크만 목사(그가 현재 한국 교회에서 말씀보존학회라는 이단성 짙은 단체의 신학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펜사콜라신학교의 학장이긴 하지만 그의 이단성 시비를 불문하고 단순히 그의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빌린다면)는 지난 70년 동안 다섯 명의 교황(피오 11세, 피오 12세, 요한 23세, 바오로 6세, 요한 바오로 2세)이 TV나 라디오의 공식 연설에서 인용한 성경구절은 두 페이지 분량이 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 분량은 개신교 목사들의 한 주일 설교에도 미치지 않는 양이다. 물론 성경을 많이 인용한다고 기독교인라고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성경을 유일하신 하느님(천주교식)의 말씀으로 알고, 그 말씀으로 세상을 구원하라는 예수의 대리자로 부름받은 천주교의 수장들이 70년동안 고작 두페이지 분량 정도의 성경을 인용했다? 사실이 그러한데 누가 천주교를 기독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말이다.


어떻든 이제 천주교는, 특별히 한국의 천주교는 금번 한국 최고의 천주교 성직자의 입에서 예수 아닌 다른 구원을 공개석상에서 선언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 전에도 천주교에서 하늘의 아버지와 짝을 이룬 땅의 어머니, 즉 다산과 풍요의 지모신(地母神) 신앙에서 유래된 마리아 숭배가 강조하여 왔고, 또 우리나라의 천주교의 경우 이미 1960년대 이후 자기 문화와 종교, 양심 안에서 모두가 구원받고 구원될 수 있다는 이른바 " 개방적 구원관’을 인정하여 왔다는 점에서, 천주교, 특히 한국의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이신득의의 본질적인 기독교 신앙에서 이탈한 또 하나의 종교일 따름인 것이다. 녹화장의 분위기를 전해 들으니 김용옥씨가 연신 김추기경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시종일관 김씨가 김추기경을 추켜세웠다고 한다. 김추기경처럼 존경받는 인물이 최근 좌충우돌씩 발언과 기독교를 비롯한 특정종교 비하 발언, 거기에다 또 남의 이론 베끼기 파문에 휩싸여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김용옥씨의 손을 들어주러 왔으니까 얼마나 신이 났으랴! 하지만 김추기경이 믿는 종교는 기독교가 아니며 따라서 그분은 기독교인은 더욱 아닌 것이다. 김용옥씨가 그런 분을 방송국에 모셔 놓고 그 분의 이야기를 마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입장으로 받아들여 행여 그동안 기독교도들로부터 받은 비난과 항의를 멋지게 반전시켰다고 믿는다면 또 하나의 헤프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제쯤 이런 글로 아까운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날이 오려나! 주님, 우리를 긍휼이 여기시옵소서. 마라나타, 어서 오시옵소서 주님!-이런 글을 쓰는 필자의 심경 또한 편치 않습니다.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세상을 보듬고 가야할 전도자로서, 그리고 평소 천주교안에도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구원의 은총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녔던 자로서, 이 안타까운 현실에 정말이지 침묵하고 싶습니다)
호산나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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