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새 사제부제 축하의 글 새 사제/부제께 따뜻한 사랑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대자의 서품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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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3-06-24 ㅣ No.348

                 대자(代子)의 서품을 바라보면서...

 

 십자가를 안테나로!

 

 오늘 세례자 요한축일에 저의 대자 김경훈 프란체스코부제가 사제서품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주의 협력자 미사관계로 대구 성김대건기념관에서 있을 사제서품식에는 참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29일 주일, 그의 첫미사(대구 대안성당)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할 예정입니다. 진주로 가는 새벽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10여년 전의 저의 첫미사(대구 삼덕성당) 때에 대부 신부님(당시 매일신문사 사장이셨던 김부기 신부님)이 해주신 강론을 떠올리며 저도 저의 대자의 첫 미사때에 혹 기회가 되면 그 강론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강론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어느 본당 신부님이 사제 서품 25주년 즉 은경축을 맞이하여 교우들로부터 대대적인 축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받은 많은 선물 중에서 익명의 흰 봉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신부님은 속으로, ’아마, 틀림없이 금일봉일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날 저녁에 그 흰 봉투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건 금일봉이 아니라 편지였고 거기에 이렇게 써 있었답니다.

 

 "신부님, 은경축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25년전에 우연히 신부님의 첫 미사에 참례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신부님을 위해 기도를 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고 그동안 열심히 기도해왔습니다. 이제 25년간의 짐(?)은 벗었습니다만 앞으로도 계속 신부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신부님이 되십시오. 어느 교우드림"

 

 그 봉투를 받게된 본당 신부님은 그 동안 자신의 힘과 봉투의 힘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신자들의 기도의 힘과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날부터 더욱 겸손하고 기도하는 신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사제서품을 받게되는 대자와 동료 부제들에게 ’참된 사제’ 라는 글을 선물로 드립니다.

 

                               <참된 사제>

 

 사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교를 터는 중재자요 화해의 제사장으로서, 그 둘 사이의 관계가 잠들어 친교가 끊겼을 때 깨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방울소리(출애 28,35)의 의미는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성소에 들어 갈 때 울리는 방울소리는 하느님을 깨우는 것이고, 나올 때 울리는 것은 인간을 깨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제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친교를 가져다 줄 수 없을 때, 곧 그에게서 방울소리가 나지 못할 때 그것은 맡은 바 소임을 못 다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사제는 잠들려는 세상을 깨우는 종소리여야 한다. 여기에 사제의 예언자적 특성이 있다. 또한 아론의 가지에 감복숭아꽃과 열매가 맺은 사실(민수 17,23) 역시 사제란 깨어 있는 자(예레 1,12)이어야 함을, 다시 말해 하느님과 인간세상을 깨우기(출애 28,35) 위하여서라도 그는 항상 먼저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마태 25,13). 즉 거룩한 민첩성을 언제나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높은 하늘로 오르려면 먼저 안으로 깊어져야 한다. 즉 내면이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투명하게 되어 평심(平心)의 빛살이 그 깊은 곳까지 닿아야 한다. 그 빛살이 심연의 저 밑바닥 깊은 곳까지 직사될 수 있는 자, 그 자가 ’깊음’을 지닌 자 동시에 ’높음’에 닿은 자 곧 성인(聖人)으로 사제가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그 ’깊음’은 ’넓음’의 바탕이 된다. 평심의 빛살이 그 ’깊음’의 중심에까지 관통하는 자만이 무한한 ’넓음’을 지니게 된다. 마치 분수를 뿜어내는 것과 똑같이 마음 한 가운데서 그는 만인을 만나고 또 하나가 된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그렇지 않으셨던가! 또한 사제의 일은 무엇보다 성소를 지키는 것이다. 성소란 무엇인가. 하느님이 계신 곳, 곧 영이다. 따라서 영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사제와 교회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성소는 ’하느님의 우주성화’를 위한 전초기지라 할 수 있다. 즉 그곳은 결국은 온 우주가 그렇게 성소화해야 할 새 하늘 새 땅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에페 2,20-22). 그렇게 사제야말로 새 시대를 낳은 존재여야 한다. 그는 참으로 새 하늘 새 땅의 그날의 하느님나라를 이 세상에 가져와 심어 주는 메신저이다. 그는 가는 곳의 앉는 자리마다 새싹이 돋는 사람(즈가 6,12) 곧 생명력을 지닌 사람으로 이 세상에다 생명을 안겨다 줌으로써 영원한 생명인 하느님나라가 임하게 한다. 그를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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