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고해를 시작하는 사람은 과연 불행하다] (1)
모고해는 이와 같이 많다. 마귀가 신자들에게 죄를 고해하지 않도록, 모고해를 하도록 항상 작용한다는 사실을 고해 사제들이 버젓이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고해자에게 샅샅이 들어서라도 바른 고해를 하도록 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점은 고해 사제를 탓할 일이 아니다. 신부들은 종종 이 사람이 바른 고해를 하는가 의심하는 때가 있지만, 의심이 가는 것을 질문하다가 도리어 좋지 못한 결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한다. 비유하건대 신부가 고해자에게 “이러저러한 죄를 범하지 않았는가?”하고 물으면 신부가 나를 그런 죄를 범하는 줄 알고 평소부터 의심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고해자가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고해할 것도 숨기기 쉽고, 둘러대기 쉬운 역효과를 낼지 모른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고해자 자신이 항상 바른 고해를 할 의무가 있다.
한 번 모고해를 하기 시작하면 양심의 가책으로 못 견디게 괴로워하면서도 하느님의 특별한 조치가 없이는 늘 모고해를 계속하기 쉽다. 여기에 내가 직접 당한 사실을 한 가지 이야기하겠다. 어느 성당에서 피정 기도가 있었다. 나는 수개월 전부터 내가 고해를 들을 때 항상 고해소 언저리를 돌아다니며 근심을 이기지 못하던 여성이 이 피정 기도에 참석한 것을 보았다. 어느 날 밤 그 여성은 드디어 나에게 와서 내 발 앞에 엎드리고는, “신부님, 저를 좀 도와주셔요. 저는 불행한 여자입니다. 15년 전부터 모고해에 모고해를 거듭하며 지내왔습니다.” 하면서 운다.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권면하면서, “자, 그러면 용기를 내시오. 하느님은 당신에게 사랑을 베푸십니다. 예수님도 당신에게 지극히 인자하십니다. 자, 바로 말하시오. 몇 살 입니까? 어째서 그런 죄에 빠지게 되었습니까?” 라고 물었다. “27살 입니다. 12살 때 좋지 못한 호기심으로 뒤에 고해할 용기를 내지 못할 만한 큰 죄를 처음으로 범했습니다. 모고해하고 모령성체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17년 동안 늘 모고해, 모령성체를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열심히 기도도 하고,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성지순례도 여러 곳을 했습니다마는 모두 헛일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달마다 자주 고해를 했습니다. 피정 기도 때는 일생의 총고해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워서 처음 숨긴 그 죄만은 언제든지 바로 고하지 못했습니다.”라고 한다. “당신, 그런 고해로 만족했습니까? 영성체를 안심하고 했습니까?” 하고 내가 물었더니, “아, 신부님!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얼마나 가책을 받았겠습니까? 고해 때나 영성체할 때마다 제 마음은 무서운 가시가 찌르는 듯 괴로웠답니다.” 라고 말한다.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왜 그대로 모고해를 계속해왔습니까?”하고 물으니, “저는 참으로 미련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죄를 바로 고해하면 신부님이 저를 나무랄 줄 알고 무서워서 그것을 감추었고, 영성체를 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이상히 여길 것 같아서 그대로 늘 성체를 영했지요.” “그러면 최근에 고해는 언제쯤 했습니까?” 하고 물으니, “신부님, 피정기도 시작하고 나서 벌써 3번 고해했는데 그 때마다 다른 신부님께 했습니다. 이 신부님, 저 신부님께 고해할 때마다 이번에는 바로 고해하겠다고 결심해보았습니다만 죄를 고하려고 하면 꼭 새끼로 제 목을 졸라매는 것 같아서 그만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째서 그 죄를 고할 용기를 얻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바른 고해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오늘 밤 신부님의 강론에 제가 깨달은 바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이 ‘해보아라. 그러면 예수님이 얼마나 인자하신 어른이신지 알 것이다’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기에, 저는 어떻게 되든지 이번에는 바로 고해를 하리라고 단단히 결심하고 온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고해 사제의 명철한 지도 아래 지금까지의 모든 죄를 깨끗이 고해하여 사죄를 받고, 15년 동안 불안에 싸였던 마음이 비로소 평온해졌다. 그녀는 너무나 기쁘고, 너무나 감격하여, “신부님! 모고해, 모령성체한 죄가 말할 수 없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제 마음이 시원하고, 괴롭고 무거운 짐을 벗은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든지 예수님이 얼마나 인자하신 어른이신지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거듭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임종 때라도 이와 같은 은혜를 받게 되는 사람은 얼마나 다행이리오만 고해를 잘못하는 중에 임종 때까지 모고해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도 슬픈 일이다. 곧 한 발을 무덤 속에 넣고도 소년시절에 숨겼던 죄를 그대로 가지고 남은 한 발마저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하느님의 인자하심이 무한하지만 일생 동안 그 인자하심을 악용하며 독성죄를 범하여 하느님을 모욕한 사람을 하느님께서 무조건 용서해주실지는 모를 일이다. 그뿐 아니라 대개 이런 유에 속한 사람들은 임종을 당하여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바라는 대신 도리어 그를 경멸하게 되는 두 서너가지 실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영혼의 聖藥 / 가톨릭출판사) |